10일 파주 NFC에서 AFC(아시아축구연맹) C급 지도자 과정 강습을 받고 있는 이동국이 실기시험을 위해 드리블하고 있다.

10일 파주 NFC(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 충무구장. 경기장과 훈련장에서 수만번의 패스를 주고받았을 베테랑 공격수 이동국(36·전북)이 한껏 자세를 낮췄다. "패스를 받을 땐 무릎을 굽혀서 받아야 합니다." 대한축구협회 전임 강사의 지시에 이동국은 처음 축구를 배우는 아이처럼 신중한 표정으로 공을 받았다.

이날은 AFC(아시아축구연맹) C급(대한축구협회 3급) 지도자 강습회 넷째 날이었다. C급 지도자 자격증을 받으면 초등학교 및 12세 이하 유소년 클럽 팀을 지도할 수 있다. 7일 소집된 프로 축구 선수 48명이 주말을 빼고 18일까지 파주 NFC에서 합숙하며 지도자의 꿈을 키우고 있었다.

프로 선수만 대상으로 한 이번 강습회엔 지원자가 많아 한 번에 두 기수(17·18차)를 받았다. 64명이 지원해 경력(K리그 100경기 이상 출전)과 나이를 감안해 48명을 추렸다. 이동국 외에도 염기훈(수원), 김치우, 정조국(이상 서울), 조원희(이랜드), 이천수(은퇴) 등 국가대표 출신 스타들이 대거 파주에 몰렸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최근 현역 선수들 사이에서 은퇴 전에 미리 C급 지도자 자격증을 받는 것이 유행처럼 됐다"며 "2017년부터 프로팀 감독을 하려면 의무적으로 AFC P급 지도자 자격증을 따야 하기 때문에 준비해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AFC 자격증은 C→B→A급을 거쳐 최상위 레벨인 P급이 있다. 옆 구장에선 최용수(서울)·남기일(광주) 감독과 최근 포항 사령탑에서 물러난 황선홍 감독 등이 P급 지도자 강습회에 참가하고 있었다.

교육과정은 크게 이론과 실기 수업으로 나뉜다. 프로 선수들이라 실기는 쉽게 통과하고, 이론 수업도 기본적인 내용이라 합격률은 거의 100%다. 그럼에도 밤늦게까지 파주 NFC 방의 불이 꺼지지 않는 건 상위 20%에 들기 위한 무한 경쟁 때문이다. C급 지도자 자격증을 딴 뒤엔 규정상 2년이 지나야 B급 지도자 강습회에 참가할 수 있는데, 한 기수에 상위 5명은 혜택을 받아 1년 만에 B급 자격증에 도전할 수 있다. 1년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에 선수들은 '열공(열심히 공부하는) 모드'다.

상위 20%에 드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배점이 높은 발표 수업이다. 많은 사람 앞에서 말할 기회가 드문 선수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수업이기도 하다.

발표는 4인1조로 강습회 기간 세 번 정도 하는데 준비 시간은 보통 이틀이 주어진다. 발표 주제는 경기 규칙과 코칭 기술, 스포츠 과학 등이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기본 교육 일정을 소화하는 선수들은 발표를 위한 자료 조사와 파워포인트 제작 등으로 잠잘 새가 없다. 선수들이 교육 기간 '만성 피로'를 호소하는 이유다.

한 선수는 "사회에 있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우리가 하는 작업이 대학 시절 조모임과 비슷하다고 하더라"며 "대부분 조모임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아 역할을 나누는 것부터 애를 먹었다. 이곳에선 축구 실력보다 파워포인트 실력이 더 대접받는다"고 말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오후 실기 수업에 나온 이동국은 "새삼 (우리 팀) 최강희 감독님이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구나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TV조선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