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누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②수술했다고 한다. ③가족 결혼식이 있다고 한다. ④술을 너무 마셔서 병났다고 한다. ⑤그래도 안 되면 사표 쓴다.'
최근 한 유머 게시판에 올라온 '송년회 안 가는 법'이다. 농담이라고 웃어넘기기엔 뼈가 있다. 며칠 전 대학 후배가 보내온 SNS 메시지도 비슷했다. 재작년 취업난을 뚫고 한 대기업 재무팀에 취직해 애사심과 자부심 넘치는 그도 이렇게 물었다. "선배, 송년회라는 걸 꼭 가야 하나요? 빠지면 조직에서 도태되는 건가요?" "아니, 어떻게 입사한 회사인데 송년회를 가기 싫다고 그러는 거야?"
후배는 이모티콘으로 울상을 지었다. "일하는 건 좋은데요, 송년회가 너무너무 싫어요. 술 먹는 것도 싫고 장기자랑하는 것도 싫고 건배사 하는 것도 싫어요…."
그만의 고민은 아닌 것 같다. 다음 날 출근길에 어떤 라디오 사연을 듣고 이건 현상(現象)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20대 초반 미혼 남성이 보낸 사연은 이랬다. "회사 송년회 때 모두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겁니다. 고민하다 독감에 걸리기로 했어요. 하룻밤을 속옷만 입고 베란다에서 덜덜 떨며 잤습니다. 후두염에 폐렴까지 걸렸네요."
각종 통계와 설문조사도 '송년회 스트레스'가 일부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님을 보여준다. 작년 시장조사 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선 5명 중 1명이 "송년회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해마다 취업 포털 사이트가 벌이는 설문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2010년 이후로 줄곧 응답자의 50%가 넘는 이가 "송년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모임을 여는 사람도 얇아지는 지갑 때문에 고민이 되긴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올해 잡코리아 설문에선 직장인 752명 중 73.3%가 "11월보다 12월 지출이 많다"고 했고, 가장 큰 이유로 "각종 송년 모임"(31%)을 꼽았다.
함께 공연을 보거나 다 같이 댄스를 배우는 식의 '웰빙 송년회' '이색 송년회'가 늘고 있다지만, 젊은 세대는 이마저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한 회사 동료는 잘라 말했다. "영화 보고 와인 마시는 것도 회사 사람과 하긴 싫어요. 업무의 연장인 걸요. 제발 그냥 일찍 집에 보내주세요."
우리만의 문제도 아닌 것 같다. 1일 블룸버그 닷컴은 미국 인적자원관리협회(SHRM) 자료를 인용하며 "해마다 송년 모임을 하는 회사는 줄고 있고, 다들 송년회를 열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고 했다. 여는 사람도 참가하는 사람도 즐겁지 않다는 송년회. 그렇다면 과감히 안 하고 넘어갈 순 없는 걸까. 송년회는 과연 누구를 위해 열리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