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정거장에서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겠다는 괴짜 비행사가 등장했다. 영국의 우주비행사 티머시 피크(43)는 "내년 4월 24일 열리는 런던마라톤에 맞춰ISS(국제우주정거장)의 러닝머신에서 42.195㎞를 달리겠다"고 밝혔다. 피크는 오는 16일 카자흐스탄에 있는 ESA(유럽우주국) 우주센터에서 발사될 소유즈 로켓을 타고 ISS로 향할 예정이다.

오는 16일 국제우주정거장으로 향하는 영국의 티머시 피크(왼쪽). 오른쪽은 2007년‘우주 마라톤’을 했던 수니타 윌리엄스의 모습. 몸이 뜨는 걸 막기 위해 벨트로 러닝머신에 허리와 어깨를 고정했다.

지구에서 400㎞ 상공에 있는 우주정거장에서의 달리기는 물리적으론 불가능하다. 중력이 거의 없어 둥둥 떠다니기 때문이다. 피크는 '우주 유영' 상태를 막기 위해 몸을 러닝머신에 묶고 뛴다. 고정 벨트는 어깨와 허리에 찬다. 그는 런던의 거리를 재현한 가상 영상을 보면서 달릴 예정이다.

2009년 육군 소령으로 군복을 벗은 뒤 80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우주비행사가 된 그의 마라톤 실력은 수준급이다. 1999년 런던마라톤에서 3시간18분50초를 기록했다. 그는 "지구의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서 런던마라톤이 열리는 날 우주에서 함께 달리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07년 NASA(미 항공우주국) 소속의 여성 우주비행사 수니타 윌리엄스가 보스턴 마라톤이 열리는 날 ISS의 러닝머신 위에서 42.195㎞를 완주한 적이 있다. 당시 윌리엄스의 기록은 4시간23분46초였다. 피크는 "아무리 늦어도 4시간 안에는 완주할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