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6일 문재인 대표의 사퇴와 전당대회 개최를 재차 요구했다. 똑같은 내용의 1차 요구를 문 대표가 거부하자 다시 압박하고 나선 셈이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문 대표와 친노(親盧)그룹에 기득권을 버리라고 요구하면서 "더 이상 어떤 제안도 요구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표는 즉답을 피했으나 사퇴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안 의원 측에서는 그 경우 탈당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한다. 만약 안 의원이 탈당하게 되면 작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당을 창당하려다 갑자기 민주당과 합당해 새정치연합을 만든 지 1년 8개월여 만에 갈라서는 것이다.
이 싸움의 특징은 오가는 말만 들어서는 두 사람이 무엇을 놓고 싸우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똑같이 '혁신'을 얘기하면서 완전히 다른 길로 가자고 한다. 두 사람 갈등은 표면적으로는 지난 10월 재·보선 참패 이후 본격화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2012년 대선 후보 단일화 이후 3년간 계속되고 있다. 새정치연합 창당으로 같은 정당에 몸을 실은 이후에도 한 사람이 대표를 하면 다른 사람이 뒷다리를 잡는다. '혁신'이란 건 명분이고 실제는 도저히 같은 지붕 아래 살 수 없는 두 사람 사이의 죽기 살기식 당내 권력 투쟁이다.
지지율이 여당의 절반밖에 안 되는 야당 안에서 지루하게 이어지는 갈등에 이미 국민은 관심을 잃었고 이제 야당 지지자들까지 혀를 차고 기대를 접는 상황이라는 것을 양측만 모르는 듯하다. 그에 따른 책임은 문·안 두 사람이 지는 수밖에 없다.
다만 제1 야당이 내홍에 빠져 길을 잃을 경우 국가적으로 여러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이 걱정스럽다. 지금 국회엔 노동 개혁 외에 테러방지법과 같은 시급한 현안이 쌓여 있다. 당장 15일부터는 내년 총선 후보 예비등록이 시작되는데 여야 간 선거구 획정 협상도 아무런 진전이 없다. 모두가 연내에 타결·처리되지 않으면 안 되는 사안들인데 지금 야당 사정을 봐서는 정상적으로 일이 진행될 것 같지 않다.
정당 정치가 정착된 나라들은 예외 없이 언제든지 정권을 맡을 수 있는 정당이 2개 이상 있다. 그래야만 국정이 건강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역사적 경험이다. 우리가 국민 세금으로 1년에 400억원 가까운 국고보조금을 정당들에 나눠 지급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 우리 제1 야당을 보고 보조금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보는 사람, 내 세금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몇이나 될까.
야당 지도부는 대선 패배 이후 3년 동안 다섯 번이나 바뀌었다. 비상대책위원회라는 것도 두 번이나 있었다. 그때마다 새 출발이 아니라 갈등만 더 격화되곤 했다. 이제 국민들이 야당 하면 친노·비노, 친문·친안 같은 계파 싸움부터 떠올리게 됐다. 내부에서조차 '집안싸움 무한반복당'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문·안 두 사람은 국민을 피곤하게 하는 소음을 내지 말든지 아니면 아예 깨끗이 갈라서든지 해야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