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2차 민중 총궐기' 집회는 서울 한복판인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에서 여는 것으로 집회 신고가 돼 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광화문광장에서 '민중 총궐기 문화제'를 열기로 했다. 백남기 범국민대책위(범대위)는 서울광장에서 '민중 총궐기와 범국민대회' 집회를 열 계획이다.

범대위는 서울광장 집회를 마친 뒤 종로 1~5가를 거쳐 지난달 14일 '1차 민중 총궐기' 폭력 시위 때 물대포를 맞고 다친 백남기(68)씨가 입원해 있는 혜화동 서울대병원 후문까지 행진 시위도 한다. 경찰은 하위 2개 차로로만 행진하라고 통보한 상태다. 경찰은 이날 집회에 1만5000명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민노총은 조합원들을 상대로 상경 투쟁을 독려하는 등 참가 인원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찰은 애초 범대위의 집회 신청에 대해 "폭력 시위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지난달 30일 금지 통고(通告)를 했다. 1차 폭력 시위를 주도한 53개 단체 중 51개 단체가 범대위에 가입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3일 "경찰의 집회 불허를 취소해달라"며 범대위가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일단 합법적으로 집회 및 행진을 할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범대위가) 집회를 평화적으로 진행하겠다고 수차례 밝힌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범대위 참가 단체들은 1차 폭력 시위 이후 연일 "집회를 평화적으로 진행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날 집회에 자체 질서 유지인 300여명을 배치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상태다. 범대위는 이날도 민중 총궐기 투쟁본부 등과 기자회견을 열어 "평화적이고도 자유롭게, 그리고 더 다양한 방식으로 주권자의 뜻을 표현해달라"고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1차 폭력 시위를 주도하고 조계사에 은신해 있는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도 수차례 "불법이라고 이야기하는 저항의 표현을 하지 않고 평화 행진을 하겠다"고 밝혀왔다.

이 때문에 5일 서울 도심 집회는 한국 사회가 폭력 시위 문화와 단절할 수 있느냐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또 폭력이 없는 평화 시위뿐 아니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준법(遵法) 시위를 할지 각계가 지켜보고 있다. 지난달 14일 시위 때 경찰은 서울 도심 1~4개 차로로만 행진하라고 허가했지만, 시위대는 이를 무시하고 전(全) 차로를 점거했다.

서울시는 이들에게 정치적 집회·시위가 금지된 광화문광장 사용을 허가했다. 참가자들이 '문화제'를 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제 참가자들이 만일 과거처럼 '정권 퇴진' '이석기 석방' '국정원 해체' 등 반(反)정부 투쟁을 선동하는 정치성 구호를 외친다면 불법 시위가 되고, 서울시의 광장 사용 허가 역시 역풍에 부닥칠 수 있다.

이날 집회가 평화적 방식으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진행되는지를 감시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의경 아들을 둔 '전·의경 부모 모임' 회원들은 집회장에 나와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공공 기물을 부수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 의원 30여명도 "평화 시위를 유도하겠다"며 집회 현장에 나온다. 조계종 화쟁워원회도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 종교인 등으로 '사람벽'을 세우겠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의 과잉 진압 등 인권 침해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20명으로 구성된 인권지킴이단을 집회 현장에 배치한다.

경찰은 1만8000여명의 경찰관을 투입해 집회 관리에 나선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신청에 포함되지 않은 불법 행위에 대해선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광화문광장 문화제가 불법 집회·시위로 변질할 경우엔 현장에서 해산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특히 복면을 착용한 채 폭력을 행사하는 시위대의 경우 유색 물감을 뿌린 뒤 현장에서 붙잡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환봉 사무총장은 "지난 14일 민중 총궐기 때도 감시단으로 나갔었는데 집회 주최측 질서 유지인이 형식적으로만 있을 뿐 제 기능을 못 한다"며 "무엇보다 집회 주최 측이 시위대가 과격해지거나 정해진 루트를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민주연구원 유동열 원장은 "법원이 허락한 것은 집회의 자유이지, 불법 폭력의 자유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