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독자들의 질문을 받아 진행된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의 ‘차세대 국가지도자에게 묻습니다’ 인터뷰 질의 응답 전문. 괄호 안은 해당 질문을 한 조선닷컴 독자의 아이디.
―지역 이기주의를 타파하겠다는 목표로 대구 지역에서 선전하시는데 당내 친노 세력과 비노 세력 간의 이기주의를 타파하고 화합하여 강력한 야당을 만들 수 있는 비전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yumico22)
“정당 내부에 계파가 존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계파가 사익을 추구하기도 하지만 정치의 본령인 공공선의 실현에도 이바지해야 하는데 그걸 못 하고 있다. 공천을 받기 위해, 당직을 차지하기 위해 그럴 때만 뭉쳐 다니고, 정작 국민을 위한 일에는 뭉치질 않으니 국민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것이다. 뭉쳐서 좋은 법을 통과시키고, 서민의 이익을 지켜야 한다. 친노가 됐든 비노가 됐든 계파가 자신의 계파적 이익에만 급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화가 필요하다. 이번에 현역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평가 제도를 만들었다. 그 평가 항목에 좋은 법과 꼭 필요한 정책을 만든 의원에겐 가점을, 당내 계파 투쟁에만 몰두한 의원에겐 감점을 주는 것도 방법이다. 지금 당장 공천에서 일방적 불이익을 줄 거라는 친노와 비노 서로 간의 의심이 먼저 해소되어야 한다. 그렇게 지도체제를 공정하게 해 놓고 쌍방 공평하게 인적 혁신을 하면 된다. 현역의원들의 기득권을 보존하는 데 급급한 공천을 해서는 당이 죽는다”
―대구는 대도시인데, 경제가 낙후돼있습니다. 다른 광역시하고 비교해서도 그런데요,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까요? 적지인 대구에서 민심을 얻는 비법이 있나요? (seihello)
“지역총생산을 의미하는 GRDP라는 지표가 매년 통계청에서 발표된다. 1인당 GRDP를 보면 전국 16개 광역시도 중에서 16위, 즉 꼴지가 대구다. 15위는? 광주다. 왜 한국에서 대구와 광주가 제일 낙후되었을까? 바로 정치적 지역주의 때문이다. 반면 충남은 2위다. 여야 거기다 자민련까지 골고루 뽑아 균형을 이루게 한다. ‘누가 더 열심히 일 하나 한 번 보자’ 하고 경쟁을 붙인다. 대구와 광주는 정치가 경쟁할 필요가 없다. 공천만 받으면 되니까 자기들끼리 치고받는 정치만 한다. 정작 시민을 위한 일은 하지 않는 것이다. 대구를 발전시키기 위한 첫 걸음은 바로 싹쓸이를 깨는 것이다. 그래서 여야를 서로 경쟁시켜야 한다. 나태해진 여당 의원들을 그렇게 자극해야 한다. 그러면 대구 발전의 동력은 저절로 나온다. 대구에서 새정련의 정당 지지도가 10%가 안 된다. 새누리당은 50~60%대다. 그러니 후보가 뛰고 또 뛰는 수밖에 없다. 한 분 한 분 찾아뵙고 호소를 드린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 궁금합니다. 열심히 싸우시지만, 상황을 주도하지 못하고 늘 끌려 다니시는 것 같아 답답하다는 이들이 많은데, 김부겸 의원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야당은 한마음으로 뭉쳐 싸워도 힘든 판국에서 왜 서로 갈라지기까지 하는 걸까요?(ksyoum)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을 평가할 입장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어떤 정당의 힘은 정치력, 정책력, 조직력, 지지층과의 결합, 사회적 세력과의 연계 등의 총합이다. 그게 집권능력이다. 리더십은 그 중의 하나다. 그런데 야당은 그런 집단적 능력을 키울 생각은 안 하고, 오직 개인 리더십에만 목을 매고 있다. 갈라지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집단적 노력, 조직적 행동, 팀플레이가 사라진 당에서 그럼 각각은 어떤 행태를 취하겠는가? 각자도생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혼자 하기보다 무리를 짓는 게 더 유리하니까 계파를 만든다. 그래서 리더십이 아니라 당을 제대로 정비하고 재건하는 게 더 중요하다”
―현재의 새정치민주연합을 진단해주세요. 새정치연합 현역 의원들은 불출마 선언도 않고 있고, 혁신위가 강조했던 기득권 내려놓기도 신통치 않습니다.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icdi987)
“불출마 선언이나 기득권 내려놓기 같은 국민들께 감동을 줄 수 있는 정치 행위가 곧 일어날 것으로 본다. 우리 당은 이념보다 실사구시를, 투쟁가보다 정책가를, 노쇠한 정치인보다는 젊은 정치인을 내세워야 여당에 환멸을 느낀 중도층이 돌아오고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김 전 의원은 손학규 전 고문과 함께 야당 내에서도 합리적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습니다. 새정치연합이 당 내홍조차 극복하지 못해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손 전 고문의 ‘구원등판론'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zolladang)
“문제를 원인에서부터 해결해야지, 잘 안 풀릴 때마다 밖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해서는 안 된다. 어려울 때마다 손 고문을 구원들판 시키고 시간이 지나면 내 치는 식의 정치 행위는 이제 그만 해야 한다. 그분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아니다”
―여권에서 나오고 있는 대구 ‘물갈이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loogun)
“소위 ‘진박’이라고 장관이나 청와대 출신을 마구 꽂는 식은 대구 시민들의 선택권을 빼앗는 것이다. 대구 정치가 복원되려 하는 찰나다. 경쟁은 여야 간에서만이 아니라, 여당 내부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대구에 출마하실 예정이니 박근혜 대통령 마케팅은 어쩔 수 없다고 이해합니다. 그래도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또 그렇다면 굳이 새정치연합으로 당적을 바꾸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어떻게 다른가요? 김문수 전 지사와 김 전 의원의 당선이 어떻게 다른 정치적 의미가 있을까요? (dufulibai)
“대구 시장 선거 당시 ‘야당시장 대박론’을 제시했다. 대통령을 배출한 대구가 시장을 야당으로 뽑으면 여야가 협력하고 양당의 힘을 전부 대구 발전에 쏟아 부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야당이라서 안 된다가 아니라 오히려 더 좋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원래 나는 학생운동을 했다. 그러니 당연히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이회창-조순 연대 때문에 한나라당이 됐다가 다시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면서 탈당했다. 한나라당에 있고 싶어도 있을 수 없었다. 국가보안법이나 대북송금특검법 때문에 당내에서 왕따가 됐다. 대통령 선거에서는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었지만, 국회 내에서는 한나라당이 과반의 육박하는 다수당이었다. 지나치게 보수화 목소리가 많이 나오더니 마침내 대통령 탄핵까지 강행하게 되었던 것이다. 김 전 지사의 당선은 김 지사가 TK를 대표하는 차기 주자가 된다는 의미다. 반면 김부겸이 당선되면 다음 날 신문에 ‘지역주의의 벽, 마침내 무너지다’라고 날 것이다”
―선거 때 홍보 현수막에 박근혜 대통령 사진을 넣었던 게 요즘 다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과 어느 정도 친분이 있으신가요? 김 의원님이 보시는 박 대통령에 대한 TK지역의 솔직한 민심을 말해주세요 (thox628)
“세 번의 에피소드가 있었다. 동생 박지만의 결혼식에 하객으로 갔더니 야당에선 나 혼자 와 있었다. 과거 지만씨가 안 좋은 일로 수감되어 있을 때 당시 야당이 파격적으로 탄원에 나섰을 때 나도 같이 참여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인연으로 참석하게 됐다. 그때 박근혜 의원이 고맙다며 박준규 전 국회의장, 박태준 전 총리가 계시던 앞자석으로 안내해주었다. 대북송금 특검에 유일한 반대표를 던지고 나서, 당내에서 왕따가 되었을 때 ‘소신’을 격려해 준 것이 두 번째다. 내가 교과위원장일 때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기공식장에서 만났는데, 마침 박 의원의 지역구였다. 멀리까지 와줘 고맙다고 나란히 앉게 되었는데 아주 썰렁한(?) 농담을 하셔서 내가 웃음을 참는 장면이 찍혀 보도되었다. 바로 그 사진이다. 기본적으로 대구가 박 대통령을 바라보는 눈은 다른 곳과 좀 다르다. 이성으로 보는 게 아니라 유대감이랄까, 일체감 같은 정서로 대한다. 박정희-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논리적으로 시비하는 자체를 싫어한다. ‘좋았던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 시대 이후를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 같다. 젊은 층이나 지식인 사회에서부터 보이는 이런 현상은 대구 사정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1년 간 20~30대 젊은 인구가 1만 명 넘게 떠나는 도시가 되어버렸다. 이런 감정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을 하기 시작하는 단계에 대구 민심이 서 있다고 본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생각도 궁금합니다. 산업화와 민주화 두 가지 측면에서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vaidale)
"박정희 대통령은 산업화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이다. 그리고 민주화를 상징하는 인물은 김대중 대통령이다. 세대 간의 감수성이 많이 다르다. 산업화 세대는 국가의 중요성,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가 강하다. 그래서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민주화 세대는 국민의 권리나 성장 과실에 대한 분배를 더 중시한다. 그래서 자유주의나 진보 정당에 대한 지지가 높다. 50대 중반 이상 세대와 그 이하 세대가 이렇게 이념, 가치를 달리하면서 갈등하다 보니 '헬조선'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젊은이들은 지금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지옥'이라는 것이다. 이보다 더 극명한 갈등의 표현이 없다. 나는 산업화와 민주화 진영의 공존을 주장한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그 두 개의 가치 덕분에 가능할 수 있었다. 산업화 진영이 민주화 진영을 '좌빨'이라고 비난하고, 민주화 진영이 산업화 진영을 '수꼴'이라 매도하고 있다. 두 정당이 각자 자기 지지표를 결집시키기 위해서다. 즉 산업화와 민주화 두 진영 간의 갈등은 두 정당에 의해 만들어진 측면이 크다. 이럴 게 아니라, 서로를 인정해야 한다. 서로를 쳐부수거나 제압해야 할 가치가 아니라, 동시에 추구해야 할 가치로 인식해야 한다. 그래서 누가 더 산업화를 통해 우리 경제를 살찌우고, 누가 더 민주화를 통해 평등한 사회를 만들 것인가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김대중을 존중하니 박정희를 증오하거나 박정희를 영웅시하니 김대중을 저주하는 식이 아니라, 김대중과 박정희의 긍정적 측면을 계승하고 부정적 측면을 극복하는데 어느 정당이 더 열심인지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북한과의 교류 협력에서 북한 당국에 이용만 당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앞으로의 바람직한 통일 정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만 따라가는 게 정답은 아닌 것 같습니다. 북한 당국자만 돕고, 직접 북한 주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신다면 말씀해주십시오. 그리고 전반적인 안보관도 묻고 싶습니다.(mulim1672)
"통일은 당장이 아니라 장기적 목표다. 지금은 평화, 공존, 공영이 중요하다. 나는 남북관계를 실용적 관점에서 본다. 지금 한국 경제는 장기침체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성장의 동력을 어디서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수십조 원의 사내유보금을 그냥 쌓아두고 있다. 고용이 안 늘고, 청년 실업자가 사회적 위기 요인이 되고 있다. 북한은 이런 한국 경제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대로 계속 가면 중국 경제에 북한을 내어줄 것이다. 이걸 퍼주기냐, 햇볕정책이 맞냐 틀리냐 하는 우리끼리 논쟁은 그만 하고 어떻게 한국 경제의 영역을 확장할 것인가 하는 국제적 경쟁의 관점으로 볼 것을 제안한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새정치연합이 말하는 것처럼 1948년을 건국으로 본다면 정말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보시나요? (taoyuanming)
"1910년 한일병탄 때 우리는 '나라를 잃었다'고 말한다. 그 나라의 국호가 조선이든, 대한제국이든 '우리나라'다. 그런데 굳이 정부 수립을 1948년에 했다고 해서 건국도 1948년에 했다고 할 필요가 있는가? 난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정부 수립이 곧 건국인가 아닌가는 학자에게 맡길 논쟁이다. 역사학은 민족사로 볼 것이냐, 국사로 볼 것이냐, 아니면 아예 사회사로 볼 것이냐를 놓고 논쟁하는 게 그 출발점이다. 이른바 전문가 토론에 우선 맡겨야 하지 않겠나? 반면 정치의 할 일은 먹고 사는 실질적 문제의 해결책을 구하는 것이지, 이런 관념적 문제를 놓고 논쟁하는 것이 아니다. 예송논쟁으로 당파 싸움이나 하던 시대로 돌아갈 생각이 아니라면"
―내년 총선에서 대구에서 당선되시면, 대권에도 도전하실 생각이신지요?(ksyoum)
"지역주의의 벽을 대구 시민과 함께 넘어보자는 게 나의 목표다. 사자가 토끼 한 마리를 잡을 때도 죽을 힘을 다 해야 하는 법인데, 하물며 한국 정치를 한 번 바꿔보자는 과제 앞에서 자기 정치를 위해 잔계산을 하는 것은 욕심이고 주제넘은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