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소포타미아 수메르 점토판에도, 이집트 피라미드 내벽에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남긴 글에도 비슷한 얘기가 쓰여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어."그만큼 세대 갈등은 어느 나라, 어느 시대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세대 갈등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한국만 해도 젊은이들은 '헬조선(지옥이라는 뜻의 Hell과 조선의 합성어)'이라고 주장하는데, 부모 세대들은 경제 성장에 자부심을 가지라고 말한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프랑스에서는 세대 갈등을 고발하는 노래가 인기를 끌었다.

태미 에릭슨.

['웃픈 자학'으로 살아가는 요즘 청년들 ]

태미 에릭슨(Erickson·61)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사회 변화가 빨라지면서 세대 간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이를 다스리는 것이 리더십의 주요 덕목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서 한 단계 나아가 여러 세대가 융합될 수 있는 근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직장 내 갈등 전문가인 에릭슨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컨설팅그룹 맥킨지 등으로부터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석학으로 인정받는다.

올해로 3회 연속 경영학자들의 랭킹인 ‘싱커스 50’에 이름을 올린 그를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만났다.

―왜 최근 세대 간 갈등이 격화되나요?

"먼저 미국의 예를 들어보죠. 세계 대전 직후에 태어난 미국 베이비붐 세대(1946~1965년생. 미국 인구의 29%를 차지)는 목표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경향이 큽니다. 전쟁 이후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시기에 태어났지만 인프라는 따라 주지 못했어요. 좁은 교실에서 복닥거리며 다른 학생들과 경쟁해야 했고, 성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앞만 보고 달려야 했습니다.

반면 그다음 세대인 X세대(1965년~1980년생)는 성향이 달라요. 한 X세대 학생은 저에게 베이비붐 세대는 콩나무 줄기를 오르는 데 열중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 학생은 '베이비붐 세대는 그저 가능한 한 높이 올라가려고 하지, 강낭콩 줄기의 기반이 어떤지는 걱정하지 않아요'라고 말했지요.

저는 오랫동안 이 문제를 연구했습니다만, X세대 직장인은 선택지와 가정을 기반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짙었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할까? 나에게 대안으로 삼을 계획이 있을까? 이들은 매우 주의 깊게 여러 대안을 동시에 고려합니다. 앞만 보고 달리는 저 같은 베이비붐 세대와는 다르더군요.

특이한 점은 X세대는 그다음인 Y세대(1981년 이후 생)와도 다르다는 거예요. 겨우 20여 년도 지나지 않아 세대적 특성이 두드러지는 것이지요. 그들은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인데, 과거 어느 세대보다 풍요롭게 자랐지만, 그와 반대로 불안감이 한층 더 커진 특징이 있습니다. 테러, 학교, 폭력, 저성장이 사회문제로 대두하던 시대에 성장기를 보냈기 때문에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이 있지요. 미국에서 '실직'이라는 개념은 1981년부터 생겼습니다. 이전까지는 미국 노동청에서 실직자의 수를 셀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Y세대들은 취직과 승진만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늘 불안해합니다. 상대적으로 이직도 잦고, 투잡(복수 직업) 등 한 번에 여러 직함을 가지려는 욕구가 있습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으려는 성향이 큽니다.

이들은 대체로 현재를 얼마나 충실하게 살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지금 하는 일이 의미가 있고, 흥미로운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래를 위한 저축과 인내보다는 현실의 행복이 더 가치 있다고 여기기도 하죠."

[직장내 세대차이 극복하기]

―그러나 이런 세대 갈등은 결국은 '미국의 경우'일 뿐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후의 인구학적 특성은 전 세계적으로 유사합니다. 한국과 일본에도 전후 베이비붐 세대나 고성장 시대의 세대를 지칭하는 용어가 있지 않나요?
('한국에서는 386세대, 일본에서는 단카이세대 등의 용어가 있습니다'고 하자) 맞아요. 사회마다 조금씩 시기가 다르지만, 전쟁 이후에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특징을 이룬 세대가 각각 있습니다. 특히 한국과 일본처럼 전쟁 이후 세대를 특별히 묶어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빠른 경제 성장으로 '무(無)'에서 '유(有)'를 이룬 세대들이죠. 그리고 지금 기업에서는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와의 차이점이 앞으로 기업 내 세대 갈등의 요소로 대두하고 있습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가 갈등을 일으키는 특별한 원인이 있나요?

“대부분 나라에서 사회적으로 리더 격인 베이비붐 세대는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여깁니다. 입학, 입사, 승진 등 끊임없이 남들과 경쟁해야만 더 좋은 것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기적과 같은 일들을 이뤄왔기 때문에 노력하면 못 할 일이 없다는 자신감도 있습니다.

하지만 직장 내 20~30대로 사원, 과장 정도의 역할을 하는 세대들은 다릅니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기대 수명이 최대 120세라는 것입니다. 이런 차이가 이들보다 윗세대에 속한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들은 20대를 실험을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수명이 길기 때문에, 20대에 정착하기보다는 좀 더 탐구하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 자아를 찾고 싶어 합니다. 예전 세대보다 훨씬 더 느슨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죠. 이 때문에 최근 어렵게 취직에 성공하더라도 쉽게 그만두는 신입 사원이 늘어난 것입니다."

―직장 내에서 각 세대를 융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장년 이상의 기성세대들은 그 이후 세대들이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해요. 특히 젊은 세대(1980년대 이하)는 피드백(개인이 한 일 등에 대한 평가를 언급해 주는 것)에 대한 태도가 다릅니다.
그들은 타인의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개진하고 평가받는 것을 즐깁니다. 개인적으로 (미국 기준) 베이비붐 세대인 저는 젊은 세대의 이런 관점을 흥미롭게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누군가에게 '피드백하겠다'는 말을 들으면 등에 식은땀이 납니다. 나를 어떤 식으로든 평가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 때문이죠. 젊은 세대에게는 피드백이 완전히 다른 의미입니다. 일종의 힌트이자 조언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가급적 자주 받기를 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 내에서 직장 상사가 오히려 직원에게 잘하고 있다고 몇 번이곤 설득해야 하는 상황 같은 재미있는 현상도 나타납니다.

그러나 이런 설득은 신세대에게 충분치 않습니다. 이들은 조금씩이라도 더욱 자주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기 원합니다. 또한 이전 세대 팀원들이 당연하게 여겼던 원칙들을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수정해야 합니다. 과거 세대에게는 당연한 원칙일 수 있지만, 젊은 세대는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죠.

팀 구성원 모두를 대상으로 이런 사안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를 권장하고 싶습니다.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조직에서는 리더가 암묵적 가정을 밖으로 꺼내 놓고 함께 이야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팀원들이 서로 어떤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진행할 것인지, '근무시간'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일과를 시작할 시각은 언제인지 (매우 정확하게, 이를테면 모두가 8시 혹은 8시 반에는 출근을 해야 하는지) 등을 논의해야 합니다. 일부 기업에서 '근무시간 유연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제도 때문에 더욱 갈등이 심화하기도 하거든요."

[세대·직급간 갈등의 원흉들 ‘역지사지’의 태도를 가져라]

―노동자에 대한 개념 자체에 큰 변화가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오늘날의 노동자는 많은 면에서 직장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최근 기업의 문제 중 하나는 조직 구조가 19세기 모델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협업을 필요로 하는 기술들은 앞다투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협업 시스템은 19세기 조직 구조에 막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힘을 모아 짐을 나른다' 수준의 협업 시스템에서 벗어나고 있지 않지요. 협업을 해야 하는 일들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그 일을 하는 방식은 후진적이라는 거예요.'
그리고 이런 사실이 우리 젊은 세대들이 회사에서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거나 쉽게 적응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과거의 조직은 본질적으로 조직과 상사에 대한 충성의 대가로 관심과 보호를 제공한다는 공식에 기반을 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이런 공식을 받아들이는 것조차 거부감을 느끼지요.
이는 협업이 아닌 조직 이기주의적 행동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따라서 오늘날의 기업은 이런 공식을 깨고 직원들과 새로운 종류의 합의에 이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사회 인사이드] 막말·위선·지저분… 직장 내 꼴불견 백태]

X세대 과장·Y세대 사원의 관심을 회사로 돌려라

'어떻게 해야 모든 팀원들이 소속감을 느끼고 한 팀으로 더욱 정진하게 만들 수 있을까?'

'잘나가'기업의 김 이사는 모래알 같은 부하 직원들을 어떻게 한 팀으로 만들지 늘 고민이다. 그러던 어느 날 김 이사는 직원들을 모아놓고 내일 갖기로 한 회식을 어디서 할지 의견을 물어보았다.

정 부장은 "회식은 삼겹살에 소주"라며 2차로 노래방 가서 서로 어깨동무하면서 팀워크를 다지는 것이 최고라고 침을 튀겨 가며 이야기했다. 그러나 신세대 직원들의 의견은 달랐다.

여 사원 사이에서 '왕언니'로 통하는 최 과장은 굳이 저녁 회식보다는 점심 회식을 여사원들이 훨씬 좋아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퇴근하고 영어 학원으로 직행해야 하는 사정이 있었다. 새내기 차 사원은 용감하게도 "우리도 이제 요즘 시대에 걸맞은 회식 문화를 정립하여야 되지 않겠냐"며 뮤지컬이나 연극 관람을 제안했다.

그러나 부하 직원들의 목소리는 묻혀버렸다. 목소리 큰 정 부장의 '맹활약'으로 회사 앞 삼겹살 집이 당첨된 것이다. '전원 반드시 참여'라는 조건까지 붙었다. 회의가 끝난 뒤 최 과장과 차 사원은 절망하면서 '다시는 회의에서 의견을 내놓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김 이사와 정 부장은 회의 후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요즈음 친구들은 애사심과 팀워크가 너무 없다"고 한탄했다.

이러한 장면은 이제 어느 조직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연령과 경험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고경영자라면 이런 상황에서 자칫 젊은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조직 한 구석에서 슬그머니 숨어 버리는 것은 아닌지 조심해야 한다. 회식 장소를 고르는 일 외에 실제 업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과 애플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선 비결은 젊은 실무 직원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반영하는 기업 문화에 있었다. 대부분의 조직이 고민하는 이런 세대 차이 문제를 현명하게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기사 전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