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으로 2017년 폐지할 예정이던 사법시험을 2021년까지 4년간 연장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3일 밝혔다. 김주현 법무부 차관은 이날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84% 이상이 사시(司試) 존치가 필요하다고 한다"며 "2021년은 로스쿨 졸업생들이 치르는 변호사시험 시행 10년을 맞는 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향후 검토할 대안으로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아도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게 하거나 △현행 로스쿨 제도를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방안 △사시를 존치하되 합격생이 자비(自費)로 연수 비용을 부담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법무부의 방침 발표에 로스쿨 측은 '자퇴도 불사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반면 사시(司試)를 존치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대한변협은 "환영할 일"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검찰 실무 수업'을 하려던 서강대 로스쿨 재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했다. 서울대 로스쿨 학생회는 긴급 총회를 열고 전원이 자퇴서를 작성하고 모든 학사 일정을 거부하기로 했다.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도 성명을 내고 "총자퇴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25개 로스쿨 원장들로 이뤄진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박근혜 정부는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렸다"는 성명을 냈다.
반면 변협(辯協)은 "사시 폐지를 유예하기로 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했다. 변협은 그러면서도 "사시를 4년 정도 유예하는 것은 사시 존치를 희망하는 국민의 열망을 무시한 법무부의 어정쩡한 눈치 보기"라며 "국회는 사시 존치 법안을 통과시켜야 할 것"이라고 했다. 로스쿨이 설치되지 않은 대학 학부 교수들로 구성된 전국법과대학교수회도 "사시 존치를 둘러싼 갈등을 4년 뒤로 연장하는 의미밖에 없다"고 했다.
법조계가 사시 존치냐 폐지냐를 둘러싸고 두 쪽으로 갈라져 갈등을 빚어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시 존폐(存廢) 문제의 직접 이해당사자인 로스쿨 재학생과 사시 준비생들은 서로를 '사시충(蟲)' '로퀴벌레'(로스쿨+바퀴벌레)라고 비하하며 수준 낮은 감정 다툼까지 벌이고 있다. 로스쿨 교수와 일반 법대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사시 존폐 문제가 변호사 단체장(長) 선거의 주요 공약으로 등장하고, 당락의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면서 갈등이 더 커졌다. 2만명 변호사를 대표하는 변협이 국회를 상대로 '사시 존치 법 개정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양측은 작년부터 서울역 광장이나 국회의사당 부근으로 뛰쳐나가 경쟁적으로 집회를 갖기도 했다.
[[댓글토론] 사법시험, 2017년 '폐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로스쿨 출신 법조인과 로스쿨 재학생 등 예정대로 2017년 사시를 폐지해야 한다는 쪽은 "사시는 합격률이 4%에 불과한 시험으로 '고시 낭인(浪人)'을 양산하고, 대학 교육을 황폐화시킨 주범"이라고 주장한다. 법조계의 병폐로 꼽히는 기수(期數) 문화나 전관예우도 결국 사시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사시를 존치해야 한다는 쪽에서는 "사시는 고졸이나 가난한 사람들도 응시할 수 있는 '희망의 사다리' 역할을 해온 데다 로스쿨은 돈 있는 계층만 갈 수 있는 특권 학교"라는 입장이다. 또 로스쿨 입시는 사시처럼 공정하지 않기 때문에 '현대판 음서제'가 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국회는 지난달 18일 양쪽 인사들을 한자리에 모아 공청회를 열었다. 하지만 공청회는 양쪽의 극명한 입장 차이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법무부가 내놓은 '사시 4년 연장' 방침은 현 정부가 사시 존치라는 시한폭탄을 차기 정권으로 떠넘긴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일각에선 이 같은 양측의 양보 없는 대치는 결국 변호사 시장의 사건 수임 경쟁이 치열해진 데 따른 '밥그릇 싸움' 때문 아니냐는 지적이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자기들 입장만 떠들어대는 다툼이 이어진다면 법조인에 대한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