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첫 어린이 전용 극장이 서울 대학로 외곽 '오프 대학로'에 들어선다. 내년 3월 준공 예정인 '종로구 어린이 전용 극장'이다. 혜화동 1-21 올림픽기념 국민생활관 건물 서쪽 부분을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증축해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 연면적 1185㎡(약 360평), 좌석 수 약 280석의 어린이 전용 극장이 문을 열게 된다. 사업비는 배드민턴장(2층)과 주차장을 포함해 98억원이며, 극장 운영은 종로문화재단이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 동안 계속 공을 들인 극장이 이제야 빛을 보나 봅니다." 종로구 어린이 전용 극장의 산파 역을 맡았던 김숙희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아시테지코리아) 이사장이 말했다. 김 이사장은 그동안 틈만 나면 김영종 종로구청장을 쫓아다니다시피 하며 극장 건립의 필요성에 대해 설득 작업을 벌였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수준을 갖춘 아동극을 안정적으로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이 지금까지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 연극의 메카라고 할 대학로조차 아동극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임차료가 비싸고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드물게 무대에 오르는 작품도 흥행 위주의 공연일 때가 많다.

어른 공연장에 방석 몇 개 깔고 운영하던 기존 공연장과는 달리, 처음부터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설계되는 것도 어린이 전용 극장의 특징이다. 무대의 좌우 너비를 좁게 하는 대신 깊이감을 줘 집중해서 볼 수 있도록 하고, 아이들이 충분히 돌아다닐 수 있도록 로비를 넓게 만드는 등 어른 극장과 다른 요소가 많이 들어가게 될 전망이다.

해외는 영국 런던의 폴카시어터와 유니콘시어터, 미국 뉴욕 빅토리시어터, 미니애폴리스·시애틀의 어린이극장, 독일 베를린 그립스시어터, 일본 도쿄 어린이의 성 등 문화 선진국일수록 유서 깊은 어린이 전용 극장이 많다. 국내에는 올 들어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극장(9월)과 부산 기장 안데르센극장(11월)이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