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부산본부가 2일 부산 도심에서 주최한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수많은 참가자들이 가면을 착용했다. 집회·시위에서 복면을 쓰고 맘껏 폭력을 휘두르는 시위꾼들을 막으려는 복면금지법안(집시법 개정안)을 조롱하려는 것이다.

비슷한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복면금지법 토론회에 만화 캐릭터 '뽀로로' 가면을 쓰고 등장해 "제가 IS처럼 보이십니까?"라고 물었다. 소설가 이외수씨는 최근 트위터에 "복면금지법이 통과되면 복면가왕(MBC 예능 프로그램)도 종방되나요"라는 엉뚱한 주장을 했다.

지난 14일 서울 도심을 마비시킨 폭력 난동 때 경찰을 상대로 폭력을 휘두른 시위꾼 594명 중 93%가 복면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경찰은 이들 대부분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이처럼 불법·폭력을 일삼는 전문 시위꾼들이 경찰의 채증(採證)을 피하기 위해 얼굴을 가리는 것을 막자는 것이 이 법안의 취지다. 이 법안을 조롱하는 것은 지금처럼 복면 난동을 용인하자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미국 15개 주에서 복면 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백인우월주의 극우 단체 KKK가 얼굴을 가린 채 피부색이 다른 인종에게 폭력을 가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복면금지법안을 조롱하는 사람들은 복면 시위대의 폭력적 공격을 직접 받고 나서도 집회·시위의 자유를 앞세워 대충 넘어가자고 할 것인지 묻고 싶다.

[[사설] 법안 수백 개보다 정치권 부패 척결이 훨씬 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