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선생!"
지난달 14일 오전 10시 40분. 출토된 흙을 체로 쳐서 거르던 북측 조사팀이 다급하게 김홍수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원을 찾았다. 흙덩어리에서 새끼 손톱만 한 활자가 나왔다는 것. 남측 조사팀이 달려가 살펴보니 고려 금속활자로 보였다. 남측 조사단은 곧바로 사진을 찍고 유물 실측을 했다.
출토된 금속활자는 '전일할 전( )'자로 추정된다. 최광식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위원장은 "오른쪽 아래의 '寸'이 '方'자로도 보여서 향후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크기는 가로 1.36㎝, 세로 1.3㎝, 높이 0.6㎝. 글자면을 제외한 몸체의 두께는 0.16㎝다. 뒷면에는 세로지름 0.93㎝, 가로지름 1.08㎝의 홈이 파여 있다.
고려 활자는 실물이 희귀하다. 남북에 각각 1점이 있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복( )'자는 일제시대 일본 상인에게서 구입한 것으로 출토지가 확실치 않다. 평양 조선중앙역사박물관에 소장된 '전( ·이마 전)'자는 1956년 북측이 6·25 전쟁 중 파괴된 만월대 유적을 보수 정비하는 과정에서 신봉문(神鳳門) 서쪽 300m 지점에서 발견됐다고 전한다.
이날 개성에서 실물을 확인한 이재정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이번에 출토된 활자는 국립중앙박물관과 조선중앙역사박물관에 있는 고려활자와 글씨체는 다르지만 뒷면에 움푹 홈이 파여 있는 형태가 비슷하다"고 했다. 협의회는 "지금까지 알려진 고려활자 2점과 비교해 볼 때 글자체가 정교하며 활자의 모양도 정사각형에 가까울 정도로 반듯하다. 주조 기술 수준이 가장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1377년 '직지'를 찍은 활자는 불경 인쇄를 위해 사찰에서 만들었지만, 이 활자는 출토지가 고려 왕궁터인 만큼 국가가 주도해 만든 최고 수준의 활자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학계는 출토지가 명확한 고려활자 실물이 나온 만큼, 최근 논란 중인 '증도가자' 진위를 검토하는 데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