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윤세호 기자] 지금까지 과정은 이별 공식에 가깝다. 하지만 수장이 잔류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고, 구단 역시 이를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LG 트윈스와 이동현이 협상 마지막 날 해피엔딩을 만들 수 있을까?

LG 구단과 이동현은 지난 27일 잠실구장에서 협상 테이블을 차렸다. 이 자리서 양 측은 다시 한 번 각자가 원하는 계약규모를 나눴는데, 그 차이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두는 금액보다는 기간. 이동현은 대부분의 FA처럼 4년 계약을 원하고 있다. 반면 LG 구단은 부상 전력이 있는 불펜투수라는 위험성을 감안해 4년 미만의 계약을 추진 중이다. 양 측은 좁혀지지 않은 입장 차이만 확인했고, 협상은 결론 없이 10분 만에 끝났다.

이동현은 LG 프랜차이즈 최초의 FA 투수다. MBC 청룡을 포함, 34년 동안 구단에서 단 한 명의 투수도 FA 자격을 행사한 적이 없다. 80년대와 90년대 MBC·LG를 이끌던 투수들은 FA를 행사할 수 없었다. 90년대 말부터 FA 제도가 열렸는데, LG는 10년 동안 빼어난 투수 없이 긴 암흑기와 마주했다.

이 암흑기의 시작과 끝에 이동현이 자리하고 있다. 2001년 1차 지명으로 LG 유니폼을 입은 이동현은 2002년 LG가 한국시리즈에 오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고졸 2년차 신예투수가 78경기 124⅔이닝이라는 극도의 혹사를 당하며 8승 3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2.67의 특급활약을 펼쳤다. 포스트시즌서도 이동현의 활약은 이어졌고, LG는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다.

LG는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 시리즈전적 2승 4패로 분패, V3에 실패했다. 이후 이동현은 팔꿈치에 이상을 느끼기 시작했다. LG 또한 2003시즌부터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11년 암흑기에 빠졌다. 긴 시간 동안, 이동현과 LG 모두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이동현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수술과 재활이 세 차례나 반복되는 어두운 터널을 지났다. LG는 매년 하위권에 머문 채 현재도 미래도 없는 엉망진창의 나날이 반복됐다.

이동현은 2009년 기적적으로 다시 1군 마운드에 섰고, 2010시즌 68경기 74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3.53을 마크, 기적의 청신호를 쏘았다. 2년 후인 2012시즌에는 52경기 56⅔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02, 10년 전의 모습을 되찾았음을 증명했다. 예전처럼 150km를 던지지는 못해도, 과감한 승부와 날카로운 제구로 상대를 제압했다. 고통과 인내의 시간은 이동현을 삼진과 땅볼을 모두 유도할 줄 아는 노련한 투수로 만들었다.

이동현이 정상궤도에 오르자 LG도 힘을 얻었다. 이동현을 중심으로 한 불펜진은 승리공식을 쓰기 시작했고, 2012시즌 불펜 평균자책점 부문 3위에 올랐다. 2013시즌에는 리그 최고의 불펜진으로 올라섰다. 2013시즌과 2014시즌 LG가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르며 암흑기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던 데에는 이동현을 비롯한 투수들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그러면서 이동현은 FA 자격까지 얻었다. 세 차례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을 때만 해도, 마운드에 다시 서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LG 또한 11년 하위권에 머물면서, 평생 가을잔치와는 인연을 맺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러나 이동현은 정상급 투수로 커리어를 이어갔고, LG 또한 가을잔치에 감격적으로 복귀했다.

현재 LG 양상문 감독은 구단 측에 이동현의 잔류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LG의 최대 장점인 마운드가 유지되기 위해선 이동현이 없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동현이 2015시즌 후반기 부진한 것을 두고는 “동현이는 왼쪽 어깨로 목표점을 잡으면서 공을 던진다. 그런데 올스타브레이크를 앞두고 왼쪽 어깨에 통증이 왔다. 통증이 쉽게 회복되지 않으며 밸런스가 흔들렸다. 다행히 공을 던지는 어깨가 아닌 만큼, 휴식을 통해 충분히 회복될 수 있는 상황이다”며 이동현의 부진이 일시적인 현상이고, 앞으로 충분히 이전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동현이 LG에 잔류하는 방법은 구단이 양 감독의 요청을 들어주는 것 밖에 없다. 양 감독은 지난 26일에도 구단 FA 계약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동현의 잔류를 재차 요청했다. 27일 일본 고치 마무리캠프 종료로 한국에 돌아온 만큼, 이제는 직접 담당자에게 의사를 전할 수 있다. 담당자는 27일 "이동현 선수와 협상 마지막 날까지 마주할 것이다. 이동현 선수와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양 감독은 2014시즌 팀을 최하위에서 포스트시즌까지 견인했음에도 구단으로부터 아무런 선물을 받지 못했다. 1년 전 선발투수 장원준의 FA 영입을 요청했으나, 구단은 장원준의 몸값에 부담을 느꼈고, 장원준은 라이벌 두산과 계약했다. LG는 2015시즌의 시작을 선발진 붕괴와 함께 마주했고, 하위권에만 머문 채 9위란 참혹한 성적표를 받았다. 반대로 두산은 장원준의 활약을 앞세워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LG 구단이 이번에는 양 감독의 요청에 응답할 수 있을까? 칼자루는 구단이 쥐고 있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