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신종(新種) 금융 기법을 내세워 3만명에게서 투자금 7000억원을 끌어모은 이철(50)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구속했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사업계획을 인터넷에 공개해 개인 투자자들을 모으는 새로운 금융 기법이다. 정부는 이런 투자를 늘려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고, 국회는 지난 7월 관련법까지 통과시켰다. 하지만 VIK는 이와 무관한 사기 조직임이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 회사는 첨단 금융이란 간판과 달리 수신(受信)과 투자에 필요한 인허가조차 받지 않았다. 서울 강남에 버젓이 사무실을 차리고 영업사원 3000여명을 동원해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이 회사 대표는 투자금의 20%를 직원 월급과 회사 유지비로 써버렸고 고객이 맡긴 투자원금 2000억원을 수익이라고 속여 되돌려주는 수법으로 손실을 본 사실마저 숨겼다. 투자금 일부가 정치권에 흘러든 정황도 있다고 한다.

4년 넘게 파렴치한 불법이 자행됐는데도 금융 당국이나 사법 당국은 모두 손을 놓고 있다 뒤늦게 뒷북만 쳤다. 금융감독원은 VIK가 활동을 시작한 지 2년도 넘은 2013년 10월에야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고, 경찰은 이렇다 할 조치 없이 2014년 6월 이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금감원이 이후 두 차례 더 수사 요청을 했지만 검찰 수사는 9월에야 시작됐다. 그사이 이 조직에 흘러든 고객 투자금은 눈덩이처럼 불었고, 같은 수법을 내세운 금융 사기 조직들도 독버섯처럼 늘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가상 화폐' 'FX선물투자' 같은 난해한 금융 용어를 내걸고 투자자를 모으는 신종 투자 조직이 100개가 넘어 4년 전의 2배가 됐다고 한다. 이 중 1000억원 이상을 모은 조직만 11곳이나 되고, 흘러든 투자금은 총 10조원에 육박한다. 금감원은 대부분이 사기 조직이라고 밝혔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관계 당국이 상황을 알면서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점이다. 금융 당국과 검경은 "다단계 금융 사기는 투자금이 바닥 나야 고객이 피해 사실을 깨닫고 신고해 파악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 소속 지능경제팀, 금감원 산하 금융소비자보호원은 이런 사기를 막으라고 만든 조직이다. 금융 당국이 조금만 관심을 두면 사기 조직들이 불법으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첨단 금융의 가면을 쓴 사기 조직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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