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阿里巴巴)가 홍콩 최대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수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등 외신들이 25일 보도했다.

홍콩 최대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지난 9일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에 이은 보도로 협상이 급진전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리바바가 수개월 전부터 SCMP그룹 최대 주주인 말레이시아 재벌 로버트 쿽(郭鶴年)과 인수협상을 진행해왔다며 머지않아 계약이 체결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뉴역타임스(NYT)는 인수자가 알리바바가 될 지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馬雲) 회장이 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SCMP는 1903년 창간한 112년 역사의 홍콩 최대 영자 일간지다. 로버트 쿽은 1993년 SCMP 지분 73.99%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SCMP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연간 10억 홍콩 달러(약 1400억원 )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억6770만 홍콩 달러(약 240억원)에 달했다.

알리바바의 SCMP 인수설을 두고 마윈이 중국 당국에 보험을 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언론 자유가 상대적으로 보장된 홍콩에서 상대적으로 중국 공산당에 비판적인 기사를 게재해온 SCMP의 인수는 중국 정부의 의지에 따라 주력 비즈니스가 크게 영향을 받는 알리바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알리바바가 중국 정부에 우호적인 기사를 싣도록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하지만 알리바바의 SCMP 인수설은 정치적인 해석외에도 경제 측면에서 세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우선 인터넷 기반 기업으로 부(富)를 일군 기업인의 미디어 투자 트렌드를 떠올리게한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2013년 전통 미디어인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것이나 페이스북의 공동 창업자 크리스 휴스가 2012년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정치전문 주간지 뉴리퍼블릭을 사들인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그렇다.

인터넷 기업이 미디어 기업에 꽂히는 건 왜일까. 미디어 기업의 대중에 대한 영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 상거래 업체로서 갖기 힘든 신뢰라는 자산을 미디어 기업 투자를 통해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알리바바가 공략하려는 동남아 시장에서 SCMP가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분석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마윈은 이달초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소기업을 홍보하는 미디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윈은 알리바바의 비즈모델이 중소기업과 동반성장하는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알리바바의 미디어 사랑은 이미 2013년부터 시작됐다. 중국판 트위터로 유명한 시나웨이보에 지분 투자를 한 것을 시작으로 온라인 IT매체 후슈(虎嗅)망, 창업 관련 매체 36Kr, 경제지 제일재경, 정보방송 화수(華數)미디어, 종합매체 무계(無界)신문 등에 투자했다고 싱가포르 매체 연합조보가 최근 전했다. 마윈은 블룸버그TV와의 이달초 인터뷰에서 신문사 인수의향을 묻는 질문에 “나는, 우리는 많은 회사를 보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엔 알리바바가 중국 온라인 뉴스포털인 시나닷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셋째로 알리바바의 미디어 투자는 미디어 기업의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메시지를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알리바바가 지난 6월 상하이 최대 언론사인 제일재경에 투자하면서 그 일단이 드러났다. 마윈 회장이 입에 달고 다니는 빅데이터의 힘에 답이 있다.

알리바바는 상하이 최대 경제 매체인 제일재경미디어(CBN)에 12억위안( 약 2147억원)을 투자해 CBN의 주주가 되는 동시에 세계적 영향력을 갖춘 새로운 디지털 경제미디어그룹을 만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제일재경미디어는 중국에서 국영 CCTV 다음으로 큰 방송미디어그룹인 국유 기업인 상하이미디어그룹(SMG)의 계열사다. SMG는 상하이시 정부 산하 국유기업으로 자산규모가 435억 위안이고 직원수가 1만8000여명에 달한다. 제일재경미디어는 2004년 경제신문 제일재경일보를 설립하고 경제방송도 운영하는 등 중국 경제의 고성장을 등에 업고 높은 성장을 구가해왔다.

제일재경일보와 알리바바의 제휴가 눈길을 끄는 건 자본제휴보다는 둘이 향후에 전개할 사업제휴 때문이다. 알리바바가 축적한 각종 온라인쇼핑 동향에 대한 통계를 활용한 금융DB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대표적이다. 경제관련 데이터를 모바일로 이해하기 쉽게 서비스하는 게 핵심이다.

기자는 알리바바가 항저우에 신사옥을 세웠을 때 시찰 기회를 가진 적이 있다. 거대한 전광판에 실시간으로 전세계의 온라인 주문 상황이 다양한 분석 틀로 표시되는 걸 보고 놀란 기억이 남는다. 다양한 상품의 구매 동향은 기업들로서는 소중한 마케팅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경제신문의 주요 독자층이나 알리바바가 보유한 데이터베이스(DB)의 수요층이 겹친다는 게 둘이 제휴한 배경이다.

빅데이터를 기초로한 중국 소비자 동향 보고서는 알리바바와 제일재경미디어의 협업을 통해 가능한 콘텐츠다. 양사는 모바일로 알리바바의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재테크관리를 해주는 시스템도 개발하기로 했다. 마윈은 “경제매체는 더욱 정확한 경제지표를 구하기 위해 알리바바의 데이터에 접근하는게 이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알리바바는 이미 자사의 온라인쇼핑몰을 이용하는 고객을 위한 금융플랫폼도 이미 구축하고 있다.온라인쇼핑할 때 사용하는 온라인결제서비스인 알리페이의 자투리 자금을 운용하는 머니마켓펀드(MMF)인 위어바오를 2013년 출시한 것이나 알리페이 앱에서 각종 주식 정보를 제공하는 게 그것이다. 그 주식정보를 제일재경미디어가 제공하고 있다.

마윈의 미디어 기업과의 협업 구상은 지난해 11월 상하이미디어그룹과 금융서비스 분야 협력에 합의하면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인터넷은행을 올초 설립한 알리바바는 인터넷금융 싱크탱크도 공동으로 만들기로 했다.

외신들은 월스트리트저널을 소유한 루퍼트 머독을 빗대 마윈이 미디어 제국을 건설하려고 한다고 전한다. 하지만 마윈의 미디어 기업과의 협업은 불확실한 미래의 비즈니스 모델 찾기에 나선 미디어기업에도 적지않은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알리바바와 제일재경미디어가 손잡고 벌이는 미디어 인큐베이터사업이 대표적이다. 최근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서는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실험을 주도하는 미디어 스타트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전통 미디어들은 이들 가운데 괜찮은 스타트업 인수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제일재경미디어로선 자체 운영하는 인큐베이터에서 싹수가 있는 스타트업을 찾아 선(先)투자하는 식으로 비즈니스모델을 혁신해나갈 수 있다.

‘나홀로 해법’을 찾기 힘들 때는 협업에 답이 있을 수 있다. 알리바바의 SCMP 인수설은 미래 먹거리 찾기에 골몰한 한국 미디어 업계에 그 실마리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