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오는 26일 안장(安葬)될 서울현충원에는 고 이승만 전 대통령, 고 박정희 전 대통령,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 3명이 먼저 안장돼 있다. 이들의 묘소는 봉분, 묘비, 헌시비 등으로 구성돼 있다. 묘비를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우선 묘비는 본관(本貫), 선대(先代), 부모 성명, 출생 연도와 지역 등으로 시작한다. 고 이승만 전 대통령 묘비의 첫 구절은 “대한민국 건국 대통령 우남 이승만 박사는 본관이 전주이며…”이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 묘비도 “대한민국 박정희 대통령은 본관이 고령이며…”로 운을 뗐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묘비 역시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 후광 김대중 선생은 본관이 김해이시다”로 돼 있다.

선대 등은 조금씩 표현에 차이가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조선조 태종왕자 양녕대군의 십오대손인 경선공과 어머니 김해김씨의 외아드님으로 1875년 3월 26일 황해도 평상군 마산면 대경리에서 탄생하시었다”고 돼 있다. 조선 왕족의 후예라는 사실을 강조한 듯하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직강공의 26세손인 박성빈공과 수원 백남의 여사의 넷째 아드님으로 1917. 11. 14. 경상북도 선산군 구미면 상모리에서 태어나시어…”로 적혀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아버지는 김운식공이시고 어머니는 장수금 여사이시며 1924년 1월 6일 전라남도 신안군 하의도에서 태어나시었다”고 돼 있다.

부인이 사망한 경우 함께 모신 것도 공통점이다. 이 전 대통령은 부인 프란체스카 도너 리 여사와 합장돼 봉분이 1개이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묘비에 “영부인 프란체스카 도너 여사는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시에서 1900년 6월 15일 루돌프 도너 공과 프란체스카 게르바르트 여사의 셋째 따님으로 태어나시어 이승만 박사와 1934년 10월 8일 뉴욕시에서 혼례를 올리셨으며…” 등으로 기록돼 있다.

박 전 대통령과 고 육영수 여사는 각자 봉분이 하나씩 마련돼 쌍분을 이루고 있다. 육 여사의 묘비에는 “대통령 영부인 육영수 여사는 관성 육종관공과 경주 이경령 여사의 둘째 따님으로 1925년 11월 29일 충청북도 옥천에서 태어나시어 1950년 12월 대구에서 혼례를 올리셨으며 1974. 8. 15. 서울에서 향년 49로 순국, 8월 19일 국민장으로 박정희 대통령묘 왼편에 쌍분으로 안장되시다”로 적혀 있다.

대통령 묘비는 생전의 치적(治績) 위주로 기록된 것도 공통점이다. 일반적으로 실정(失政)이라고 지적되는 내용은 실리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의 묘비에는 “1948년 제헌의회 의장으로 민주헌법을 제정하고 초대 대통령에 당선 정부를 수립하여 대한민국의 건국을 세계에 선포하시었다” “1950년 북한공산집단의 남침을 격퇴하여 1960년까지의 대통령 재임 중 나라의 안보를 공고히 하고 국가발전의 대본을 확립하여 민족사상 처음으로 자유민주국가 창업을 이룩하시고” 등으로 돼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조국 근대화의 기수로서 오천년 이래의 가난을 물리치시고 자립경제와 자주국방의 터전을 닦으시어 세계 속의 풍요한 한국으로 부각시키셨으며 겨레의 염원인 평화적 통일의 기틀을 마련하시는 등 민족중흥을 이룩하신 영도자로서 민족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위대한 업적을 남기시고”라고 묘비에 써있다.

김 전 대통령의 경우 “1998년 첫 여야간 수평적 정권교체로 대통령에 취임한 후 경제위기의 국난을 극복하였고 우리나라를 민주주의 인권국가, 경제와 사회복지 선진국, 정보화 강국으로 이끌었고 자주 외교를 펼쳐 국격을 높였다”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반세기 동안의 적대감을 녹이고 지속적인 햇볕정책으로 남과 북이 화해와 협력하는 평화의 시대를 여셨다” “같은해 12월에는 민주화와 인권 그리고 평화를 증진시킨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였다” 등의 내용이 묘비에 담겼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묘비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유가족과 장례위원회가 협의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