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권가에 사정(司正) 태풍이 몰아치면서 정경유착(政經癒着)커넥션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중국 2위 증권사인 궈타이쥔안(國泰君安)증권 홍콩법인인 궈타이쥔안국제의 옌펑(閻峰,사진 왼쪽) 대표이사 겸 회장 실종설이 나온 23일 홍콩 증시에서 궈타이쥔안 주가는 12.3% 급락했다. 옌 회장의 실종설은 회사측이 11월18일 이후 옌 회장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공시를 하면서 불거졌다.
그의 실종은 궈타이쥔안 사장 출신인 야오강(姚剛,사진 오른쪽)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부주석에 대한 당국 조사와 관련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13일 보도했다.
야오강은 궈타이증권과 쥔안증권이 합병한 1998년부터 2002년까지 궈타이쥔안 초대 사장을 지냈다. 옌펑은 1993년 궈타이쥔안에 합류해 2010년 궈타이쥔안국제로 자리를 옮겼으며 2012년 궈타이쥔안국제의 대표 겸 회장이 됐다.
야오강과 옌펑의 ‘꽌시(關係)’는 지난 9월 나란히 당국의 조사로 낙마한 중국 증감회의 주석조리(차관보급) 장위쥔(張育軍) 과 중국 최대 증권사인 중신(中信)증권의 청보밍(程博明) 총경리(CEO)간 ‘검은 커넥션’을 떠올리게 한다.
장위쥔은 청보밍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운영하던 우다커우(五道口)금융학원에서 비슷한 시기 수학한 동문이다. 장위쥔은 1985년부터 1988년까지,청보밍은 1984년부터 1987년까지 공부해 석사를 받았다. 장이 청의 1년 후배인 셈이다. 이 학원은 이후 칭화대로 흡수됐다.
‘야오강-옌펑’ ‘장위쥔-청보밍’의 커넥션이 눈길을 끄는 건 신규 기업공개(IPO)과정에서의 지대(地代)추구 만연 현상과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야오강은 중국에서 IPO 황제로 불릴만큼 IPO 업무를 오랫동안 관장해왔다. 장위쥔은 상하이와 선전증권거래소 이사장을 역임해 상하이와 선전 증시를 모두 관장한 유일한 관료로 평가받아왔다.
중국에서는 IPO 규제 탓에 기업들이 상장을 위해 줄 서게 되면서 급행열차를 타기 위해 관료과 기업간 유착이 생기고 이 과정에서 증권사들도 개입해왔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중국 정부가 IPO 인가제를 등록제로 전환하는 규제 개혁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샤오강(肖鋼) 증감회 주석(장관)은 최근 늦어도 내년 3월에는 IPO 등록제를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연내 실시 예정이던 IPO 등록제는 중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늦춰져왔다.
증권 당국과 증권사간 유착 정황은 지난해 12월 증감위의 투자자보호국장이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비서실장 출신인 링지화(令計劃)의 부패 혐의에 연루돼 낙마하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야오강의 낙마 역시 링지화 사건과 연루됐다는 설이 돈다.
중국 증권가의 검은 커넥션이 드러난 것은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반부패 운동과 지난 6월 이후 증시 급락 영향이 컸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월까지 1년간 150% 치솟던 상하이종합지수는 이후 8월까지 두달간 40% 이상 빠지는 급락세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중국 당국은 대주주의 주식 매도 금지 등 반(反)시장적인 강경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시장 안정에 실패하면서 오히려 중국 당국의 시장화 개혁 의지만 퇴색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국 당국은 증시 급락과 회복 과정에서 불법 공매도 같은 위법 사례가 있다고 보고 증권가에 공안 정국을 조성했다. 이달 초엔 유명 펀드매니저 쉬샹(徐翔)을 체포했다. 증권업계 종사자는 물론 감독 당국 관료들과 심지어 언론사 기자들까지 조사를 받았다.
중국 당국은 증권 개혁을 거론하면서 투자자 보호원칙을 부쩍 강조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과도한 정부의 개입은 시장의 활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중국에서 유명 펀드매니저들에 대한 잇단 조사로 펀드매니저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전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투자자 보호 원칙과 함께 투자자의 자기 책임 원칙도 함께 강조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증시가 급등할 때는 맹목적으로 투자했다가 급락하면 공산당을 쳐다보는 무원칙한 투자자는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