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밤 9시 '페이스북' 한 커뮤니티에 이삿짐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19~20일 이틀간 일할 사람'을 찾고 '이삿짐 유경험자를 우대한다'는 내용이 연락처와 함께 적혀 있었다. 몇 시간 뒤에는 '(성남) 모란역 근처에 살고 있으니 이삿짐 일 있으면 연락 달라'는 구직 글도 올라왔다. 특이한 점은 구인이나 구직 모두 몽골 사람이 몽골어로 썼다는 것이었다. 이 사이트의 이름은 '몽골 이사치드(Mongol Isachid)', 몽골어로 '이삿짐 나르는 몽골인들'이란 뜻으로 한국어 '이사(Isa)'에 몽골어 'chid(~하는 사람들)'를 합친 것이다. 총회원 수는 1487명이고 게시글 대부분이 몽골어로 쓰여 있었다. 한국에 체류하는 전체 몽골 남자(1만4200여명·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자료)의 10%에 달하는 규모다.
이삿짐센터에 몽골인들이 몰리고 있다. 이사 업계를 대변하는 전국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연합회(이하 주선연합회)의 유철상 기획부장은 "4700여 이사 업체들 전체 종사자 약 3만명 가운데 10% 정도는 몽골인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몽골인은 최근 10년간 체감상 약 1.5~2배 뛰었다"고 밝혔다. 한국인들이 3D 업종이라 기피하는 이삿짐센터에 왜 유독 몽골인들이 몰리는 것일까. 과연 '이사가 몸에 밴 유목민이어서'라는 속설이 맞는 걸까.
한국인과 외모 비슷해 거부감 없어
몽골인의 외모가 한국인과 거의 비슷해 이삿짐 고객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경기 고양시에서 이사 업체를 운영하는 박모(43) 대표는 "캄보디아인이나 방글라데시 사람을 쓰면 얼굴과 피부색이 달라 대번에 알아보는데 몽골인들을 쓰면 외국인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달 친구 소개로 서울 중랑구 한 이삿짐센터에서 일했다는 한 몽골인 대학생(25)은 "나는 한국어를 잘하는 편이라 일하면서 주인아주머니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눴는데도 내가 몽골 사람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한국어가 서툰 경우에는 몽골인인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요령을 부렸다. 5년째 이삿짐 일을 하고 있다는 한 몽골인(35)은 "보통 주인이 지켜보는 큰 방이 아니라 작은 방 물건을 옮기고, 주인에게 물어볼 게 있으면 한국인 동료를 통해서 물어본다"고 말했다.
몽골인의 체력에 대한 평판도 좋다. 박 대표는 "몽골인들이 고기를 주식으로 해서 그런지 체격이 크진 않아도 몸이 레슬링 선수처럼 단단하고 체력이 좋다"며 "한 달 정도 손발을 맞춰보면 몸 쓰는 것은 한국인보다 낫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이사 업체를 운영하는 김모(57) 대표는 "장롱이나 피아노를 계단으로 2~3층씩 옮겨야 할 때 몽골인들에게 맡기면 빠르게 사고 없이 해낸다"고 말했다.
벌이 좋은 편이지만 모두 불법 취업
몽골인들에겐 이삿짐 일이 매력적인 돈벌이 수단이다. 아침 7시에 일을 시작해 빠르면 오후 4시쯤 끝나는데 하루 일당으로 12만원을 받기 때문이다. 이삿짐 트럭을 운전하면 여기에 1만원을 더 받는다. 한국에 11년 체류하면서 10년간 계속 이삿짐 일을 해 왔다는 한 몽골인(36)은 "한 달에 많으면 28일 일하는데 운전까지 도맡아 해서 월수입이 350만원을 넘는다"며 "몸이 힘들지만 아내와 아이 둘을 책임진 가장으로서 이삿짐 일만 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몽골인들의 이사 업체 취업은 불법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국내 노동시장의 교란을 막기 위해 조선족을 제외한 외국인 근로자들은 일할 수 있는 업종이 지정돼 있다"며 "이삿짐센터는 지정 업종이 아니기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가 일하는 것은 모두 불법"이라고 말했다. 적발시 업체에는 최고 2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되고 몽골인 근로자는 추방될 수도 있다. 주선연합회의 유 부장은 "인력이 부족해 현실적으로 몽골인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현행 제도는 비합리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