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국악 외길을 걸어온 명인은 상금을 받자마자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내놓았다. 19일 저녁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 올해 제22회를 맞은 방일영국악상 시상식 참석자들이 깜짝 놀랐다. 수상자 김영재(68)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명예교수가 상금 5000만원을 도로 내놓은 것. 사회를 맡은 국악인 김성녀씨가 "선생께서 모교인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를 위해 '금사 김영재 장학기금'을 만들고 상금 전액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히셨다"고 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사모님께 여쭤봤더니 '저 없을 때 결정하셨다'고 하시네요." 김씨 말에 시상식장이 웃음바다가 됐다.
김영재 교수는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전했다. "오늘은 제 국악 인생 55년 중 가장 보람 있는 날로 기억될 것입니다. 1960년대 초 국악예술학교에서 만난 기산 박헌봉 교장선생님과 지영희, 신쾌동 선생님 등 인간문화재 선생님들의 교육 열정으로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6호 거문고산조 보유자인 김영재 교수는 거문고산조와 해금산조의 전승과 발전에 매진했다. 1983년 전남대 교수로 시작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써 왔다. 해금·거문고뿐 아니라 가야금, 북, 장구, 판소리, 무용까지 '악가무(樂歌舞)에 두루 능한 천생 국악인'으로 통한다. 황병기 방일영국악상 심사위원장은 "김 선생이야말로 한국 민속예술 그 자체"라고 했다.
축하 공연은 국악 축제를 방불케 했다. 먼저 김 교수의 거문고 제자 11명이 나와 신쾌동류 거문고산조를 합주했다. 유지숙·최경만 부부는 서도민요를 연주해 박수를 받았다. 김 교수의 해금 제자 11명도 김영재류 해금산조를 들려줬다. 이어 등장한 김 교수는 장덕화의 장구에 맞춰 거문고 병창 무대를 선보였다. 장쾌한 거문고 선율과 더불어 '팔도유람가'가 흘러나오자 객석에선 '얼씨구' 같은 추임새가 터져 나왔다.
이날 시상식에는 역대 방일영국악상 수상자인 이보형 민속악 연구자(16회), 박송희 명창(17회), 정재국 명인(18회), 이춘희 명창(21회)과 심사위원인 황병기 이화여대 명예교수, 김영동 서울예술대 한국음악과 교수, 김해숙 국립국악원장, 유은선 국악방송 본부장, 김만석 성남시립국악단 예술감독, 내빈으로는 안병훈 통일과나눔재단 이사장, 김중채 임방울국악진흥회 이사장, 이문태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 송방송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홍성덕 한국국악협회 이사장, 손진책 극단 미추 대표, 김덕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등과 조선일보사 방상훈 사장과 홍준호 발행인, 변용식 TV조선 사장, 방일영문화재단 조연흥 이사장과 윤주영·이종식·김용원 이사 등 모두 30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