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처음 방송된 TV조선의 목요 예능 '엄마가 뭐길래'를 보면서 청소년에 대한 시각 교정을 경험했다. 배우 황신혜와 모델 데뷔 3년차인 17세 딸 이진이가 나누는 대화 장면을 본 것이 계기였다. 모델 일에 집중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뒀다는 딸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반면 "자퇴는 상상하지도 못했다"는 엄마의 심정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그런데 오디션을 통과하고 패션쇼 런웨이에 선 딸이 한 말을 듣고 생각을 바꿨다.
딸은 엄마가 예고 없이 무대 백스테이지에 나타나자 화를 냈다. 자식 걱정하는 엄마 마음도 모르는 철없는 아이인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진이는 "황신혜의 딸이라는 후광으로 무대에 선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 싫었다"고 했다. 엄마의 도움 없이 자기 실력으로 평가받고 싶어 했다. 요즘 아이들, 헬조선 외치며 노력 없이 남 탓이나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세대 간 몰이해와 반목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초상이다. 젊은이는 헬조선이니 흙수저니 해가며 기성세대를 원망하고 그들이 일궈낸 성과를 폄훼한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청년 구직난과 절망을 이해하기보다는 의지박약과 패배주의라고 질타한다. 그러고는 서로를 향해 벽을 쌓고 자기들끼리만 소통하는 집단적 자폐에 빠져버렸다.
이런 세대 간 자폐는 문화 향유 방식에도 투영됐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한국의 중·장년층은 영화 '국제시장'을 보며 눈물 흘리거나 '쎄시봉' 상영관에서 가요 '웨딩케익'을 따라 불렀다. 청년 세대는 그런 취향에 혀를 찼다. 30대 중반~40대 초반 세대는 김건모, 소찬휘, 터보 등 90년대 가수들이 출연해 히트곡을 부른 무한도전의 토토가(토요일토요일은 가수다)에 열광했다. 그보다 어린 2030세대는 지난여름 TV에 나온 종이접기 강사 김영만씨를 보면서 눈물을 쏟았다. IMF 때 소년기를 보내고 성년이 되어 삼포(연애·결혼·출산 포기)의 좌절을 맛본 이들은 "참 쉽죠?"라며 어린 시절 종이접기를 가르쳤던 김씨에게서 쉽지 않은 세상살이의 위로를 구하려 했다. 이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무엇에 감동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다"며 다른 세대의 취향에 서로 냉랭하게 반응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사뮈엘 베케트는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소통하지 않으면 희망을 찾을 수 없다고 일찌감치 갈파했다. 작품 속 두 주인공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대화를 나누는 듯 보이지만 실은 번갈아가며 하는 독백일 뿐, 상대의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러면서 고도를 기다린다. 고도는 이 작품에서 구원의 상징으로 제시되는데, 대화하지 않고 자기 생각만 떠드는 두 사람 앞에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다행히 요즘 들어 TV에서 세대 간 소통을 다룬 프로그램이 잇달아 방송됐다. 배우 조재현씨 부녀가 출연한 '아빠를 부탁해', 마음의 담을 쌓고 살던 부모 자식이 관찰 카메라로 서로를 보며 이해하는 과정을 담은 '동상이몽' 등이다. 내년에는 이런 프로그램이 가족 밖으로 영역을 확장해 중·장년과 청년 세대 간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청년 실업, 임금피크제, 정년 연장 등 청장년이 함께 풀어야 할 숙제가 너무도 많다. 이 과제를 푸는 것이 우리에게는 고도이다. 세대 간 대화가 없는 곳에 고도는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