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행위를 일삼는 한국의 과격 시위대는 한국을 벗어나면 유순해진다는 말을 듣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과거 외국에 나가 한국에서처럼 불법·폭력 시위를 했다가 가혹한 처벌을 받았던 경험 때문이다.

2005년 12월 홍콩에서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열리자 이를 저지하겠다며 한국 원정 시위대 900여명이 홍콩으로 날아갔다. 이들은 각료회의장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다 전원 홍콩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이 허락한 행진 구역을 벗어나면서 제지하는 경찰과 충돌을 빚었기 때문이다. 당시 11명이 구속되고 3명은 재판에 넘겨져 한 달 가까이 홍콩에 붙잡혀 있었다. 이를 놓고 우리 내부적으로는 국격(國格) 훼손 논란까지 일었다. 이 홍콩 시위에 참여한 강기갑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은 "폭력에서 비폭력으로 새로운 시위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2006년 7월에는 민노총과 전교조를 비롯해 300여 단체가 모인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미국 워싱턴에서 반대 시위를 벌였지만 불법·폭력으로 간주될 수 있는 행동은 없었다. 2005년 한국의 원정 시위대가 홍콩 시위 과정에서 바다에 뛰어든 사실에 주목한 미국 경찰이 "시위대가 (워싱턴) 포토맥강에 뛰어들면 자해(自害) 시도로 간주해 정신병원에 입소시키겠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당시 시위대는 기자회견을 열어 "FTA의 부당성을 알리겠지만 폭력을 사용하지는 않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단체들은 한 달 뒤 서울로 돌아와 벌인 시위에선 워싱턴에서와는 영 딴판으로 행동했다. 대나무 봉과 쇠파이프를 들고 나와 휘두르고 보도블록을 깨 경찰에게 던졌다.

그랬던 시위대는 그해 9월 미국 시애틀 원정 시위에선 다시 '순한 양'으로 돌아갔다. 원정 시위대 9명이 폴리스라인을 넘어 행사장으로 진입하려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긴 했지만 아무런 저항 없이 순순히 경찰 연행에 응했다.

2007년 7월 한·EU FTA 3차 협상이 열린 벨기에 브뤼셀에서 원정 시위를 벌인 30여명도 처음부터 "준법 시위를 하겠다"고 했다. 시위 중 '보행자 통행에 지장이 있다'고 경찰이 주의를 주자 곧장 그 지시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