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 도심을 무법천지로 만든 건 복면(覆面) 시위대였다. 철제 사다리로 경찰을 찌르고 쇠파이프를 휘두른 불법 시위자는 하나같이 두건이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검은 복면에 고글까지 쓰고 새총을 쏜 이도 있었다. 이들이 얼굴을 가리는 목적은 맘껏 폭력을 저지르고도 신분을 숨겨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다. 복면 그 자체가 법치와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지만 우리는 그동안 그걸 용인해왔다.

독일은 복면 시위대의 폭력 시위가 문제가 되자 1985년 형법을 바꿔 시위나 집회에서 복면을 쓰는 사람을 형사처벌하도록 했다. 프랑스·스위스·오스트리아 그리고 미국 15개 주(州)도 복면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우리도 17·18대 국회 때 복면 시위를 금지하는 법안이 세 차례 발의됐으나 모두 폐기됐다. 그때마다 "집회·시위 자유를 침해하고 시위자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시민단체와 인권위 등의 반대에 밀린 탓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시위의 자유는 집회가 합법적이고 평화롭게 진행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국민의 권리이다. 폭력과 불법을 숨기기 위해 복면을 하는 시위대야말로 헌법을 악용해 범죄를 은폐하려는 사람들이다.

그런 불법 시위자를 가려내기 위해 복면을 금지하는 것을 인권 침해라고 반대하는 논리는 황당하기 짝이 없다. 난동을 일삼는 복면 시위를 계속 허용할 경우 평화로운 삶을 침해당하는 다른 시민의 권리는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폭력 시위로 피해당하는 시민의 인권보다 불법 시위대의 인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인가. 정부와 국회는 이제라도 폭력 시위대의 복면을 반드시 벗기는 법 조항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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