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이후 미국·유럽 연합군이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 소탕 작전을 펼쳐 왔고 최근 러시아까지 합세했지만 IS 테러에 대한 지구촌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다. 17일 호주 경제평화연구소가 발표한 세계 테러리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테러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3만3658명으로 1년 전보다 80%나 급증했고, 15년 전에 비해 10배나 증가했다. 작년 세계가 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치른 비용은 529억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9·11 테러가 일어났던 2001년 515억달러보다도 많았다. 또 미국 메릴랜드대 국제테러연구기관 START는 100명 이상 사망자를 낸 대규모 테러가 올 상반기에만 11차례 발생했고, 작년에는 26차례 일어나 1978~2013년 연간 평균치인 4.2회를 크게 웃돌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세계 테러 세력의 맹주가 된 IS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지만, 그에 맞선 서방 측의 전략이 제대로 서 있지 않아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진화하는 IS
파리 동시다발 테러는 IS가 지금까지 시리아·이라크 내 세력 확장에 쏟았던 역량을 서방을 직접 겨냥한 테러 쪽으로 확대시키는 일대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IS 묵시록(The IS Apocalypse)의 저자인 윌리엄 매컨츠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도 월스트리트저널에서 "IS가 '국가'의 확장을 방해하는 누구든 벌하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IS는 시리아에 이어 리비아·이집트까지 영향력을 확대한 데 이어 최근엔 터키·요르단·레바논 등에도 지부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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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 연합군이 파상 공격으로 시리아 내 IS 전선(Front Line)을 압박해 오자 IS가 전선을 세계 대도시로 옮기고 공격 목표를 일반 시민으로 확산시키는 전략으로 맞섰다고 볼 수도 있다. 파리의 안보 관련 싱크탱크인 전략연구재단 카뮤 그란 소장은 "IS의 이 같은 방침 전환으로 IS가 노리는 '십자군 국가' 즉 유럽과 미국의 시민이 무차별적인 살해 위협에 노출됐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16일 "IS를 테러 조직으로만 생각해왔지만 IS는 이제 하나의 국가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예측과 달리 IS는 대부분의 자금을 자신들의 '국가' 건설에 쏟았으며, 최근에야 해외 작전(테러)에 투자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테러는 출발점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군사 전략적으로 IS가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IS가 파리 동시다발 테러를 통해 고도로 계산된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전투 능력'을 보여줬다"며 "게다가 올랑드 대통령이 축구 경기를 보러 갈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해 작전을 짜는 정보력까지 동시에 입증한 셈"이라고 말했다.
◇전략에서 밀리는 서방
IS 테러를 못 막는 근본 원인은 서방의 대(對)중동, 대테러 전략이 잘못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IS를 완전히 파괴할 것인지, 미국·유럽에 미치는 위협을 차단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서방 진영의 명확한 목표 설정도 이뤄져 있지 않다는 것도 문제로 제기된다.
지금까지 서방의 주요 전략은 테러 조직과 싸울 수 있는 주변 세력을 육성하는 것, 즉 이슬람 '온건파'를 훈련시키고 돈과 무기를 대줘 대신 싸우게 한다는 이이제이(以夷制夷) 개념이었다. 그러나 브라마 챌러니 인도 정책연구센터 교수는 16일 "그 전략의 역풍이 파리 테러로 나타났다"고 했다. IS가 이렇게 빨리 클 수 있었던 것은 미군이 돈을 대준 시리아 반군들이 IS에 흡수됐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오드리 커스 크로닌 조지메이슨대학 교수는 "지금까지 서방은 IS도 알 카에다처럼 드론으로 공습하고 리더만 죽이면 된다고 봤지만 전략이 틀렸다"며 "IS 지도자와 전투원은 도시의 민간인에 둘러싸여 있어 드론 공습으론 효과를 보기 어렵고, 리더를 죽인다 해도 다른 리더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중동 정치·화합만이 근본 처방
국제사회에서는 이라크 정부가 지역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얻도록 국제사회가 도와 테러 단체가 발붙이지 못하게끔 하는 '장기간의 정치적 치료'가 근본 처방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국제사회 합의도 필요하다. IS라는 괴물을 만들어낸 '숙주'는 시리아 내전인데, 이게 해결 안 되면 IS도 못 막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시리아 국민 수십만명을 학살한 알 아사드 정권을 퇴진시키려 하고 러시아는 자신들과 밀접한 관계인 알 아사드 축출에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