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가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기간제법, 파견법 등 노동시장 개혁 5대 법안을 상정해 심의에 착수했다. 앞의 3개 법안은 지난 9월 노사정 대타협에서 합의한 것이고 기간제법, 파견법 등 2개 비정규직 법안은 노사정 간 합의는 실패했으나 노사정위에서 중립적인 노동 전문가들이 만든 '공익안(案)'이 나와 있다.

우리 노동시장은 고용 경직성, 세계 최장의 근로시간, 호봉제 중심의 임금 체계 등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것이 경제 회복의 커다란 걸림돌이라는 것은 굳이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여기에다 당장 내년부터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 기업의 채용 여력이 줄어 '청년 고용 절벽'이 현실로 닥칠 것이다. 지금도 일자리를 찾고 있는 청년 실업자가 113만명이나 된다. 내년에 정년이 60세로 늘어나면 그 숫자가 40만명 더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5대 법안은 길게는 수년 전부터, 짧게는 지난해 11월 노사정위 특위 구성 이후 심도 있게 논의해온 사안이다. 이제 국회가 결단을 내리는 일만 남았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 실업급여 확대 등을 담은 3개 법안은 지난 9월 노사정 대타협으로 합의한 것이고, 여야 간 의견 차이도 크지 않은 만큼 반드시 연내에 처리해야 한다. 노사정위는 국회가 만든 법에 따라 운영된 사회적 합의 기구이다. 이런 기구가 의견을 모았다면 국회는 그 의견을 존중하는 게 순리다.

기간제법, 파견법 등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정부·여당은 현재 2년인 기간제 사용 기간을 본인이 원할 경우 4년까지 늘리고, 55세 이상 근로자와 고소득 전문직의 파견도 허용하자는 입장이다. 이 2개 법안은 노사정위 내 전문가들이 내놓은 공익안을 중심으로 논의하면 될 것이다. 지금까지도 국회는 노사정이 합의에 실패한 경우 공익안을 중심으로 입법해왔다. 공익안을 놓고 논의하다 보면 여야가 다양한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은 '노동 개악' 같은 운동권식 발상에 갇혀 법안 심의를 무턱대고 지연시키는 것이다. 시간을 더 끈다고 해서 노사는 물론 여야를 모두 만족시킬 기발한 돌파구가 나올 가능성도 없다. 국회는 600만 비정규직과 직장을 잡아야 할 150만 청년들의 절박함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정치적인 이해타산이나 낡은 프레임에 갇혀 법안 처리를 미룬다면 비정규직과 미래 세대 모두에게 큰 죄를 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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