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수술할 때 위생관리를 위해 착용하는 라텍스 장갑을 낀 두 명의 여자들. 알코올을 묻힌 솜으로 매장 내에 전시된 물건들을 깨끗이 닦아내고 있었다. 그녀들이 닦아내고 있는 것은 남성의 성기 모양과 흡사하게 생긴 성인용품들. ‘섹스 토이(Sex Toy)’라 불리는 여성용 자위 기구다.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성인용품점 플레져랩(Pleasure Lab)을 찾았다. 미국에서 프리랜서 외신 기자로 일했던 최정윤(29) 대표와 대학병원 간호사 출신의 곽유라(28) 대표가 올 8월에 공동 창업한 성인용품 전문매장이다. 특히 이곳은 여성들이 사용하는 성(性)기구가 매장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 맞춤형 성인용품점이다.

최 대표는 “해외의 경우 남성이나 여성 모두의 성욕을 채울 수 있는 제품들이 다양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성인용품점은 주로 남성의 성욕을 채울 수 있는 제품들이 대부분이다”라며 여성을 위한 성인용품점 창업 이유를 설명했다.

플레져랩의 가장 큰 장점은 매장을 운영하는 사람이 여자들이라는 것. 자신의 성적 취향을 찾고 싶거나, 필요한 성기구를 구입하러 오는 여성들이 남자에게는 물어보지 못할 수 있는 기구 사용법이나 사용 후기 등 다소 민망한 질문을 부담 없이 할 수 있다.

매장을 찾는 고객들의 대부분 20, 30대의 연인이나 부부, 혹은 여자 친구들끼리 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간혹 50~70대의 여성들이 매장을 방문하기도 한다. 최 대표는 “갱년기 이후의 여성들은 질 건조증 때문인지 윤활재류를 많이 찾는다”고 했다.

과거 우리나라의 경우 성에 관한 이야기는 금기에 가까웠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젊은이들을 주축으로 자연스레 성문화가 개방되고 있다. 최근에는 방송에서도 자신의 성 경험담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내에서는 성인용품이라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강하다.

곽 대표는 “우리나라는 여자의 성욕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며 “사람들이 성인용품이 음습하거나 변태스러운 것이 아닌 여자의 기쁨을 찾을 수 있는 하나의 도구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차재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