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사각지대'… 정부·여당, 테러방지법 재추진]

새누리당과 정부가 프랑스 파리 테러를 계기로 출입국 심사 등 보안 체계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또 테러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테러 방지법' 제정도 다시 추진키로 했다.

새누리당과 국민안전처, 행정자치부 등은 이르면 오는 18일 당정 회의를 열고 테러 대응 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15일 "당장 내년에 반영할 테러 관련 예산이 있는지 살펴보고, 이를 뒷받침할 규정도 재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입·출국 수속 장비나 법적으로 허가된 감청 장비 등에 대해 정부가 예산 증액을 요청하면 당장 내년 예산안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국정원이 "IS 동조자 5명을 국내에서 감시 중이며, 헤즈볼라 대원들이 폭탄 원료를 밀반출하려다 실패했다"고 국회에 보고한 만큼, 테러와 관련한 활동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국회 차원에서도 17일 국방위를 열어 테러 대비 실태를 점검하고, 24일에는 국정원으로부터 정보위 현안 보고를 받기로 했다. 국회 외통위도 조만간 전체 회의를 열어 재외 국민에 대한 안전 확보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야당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던 '테러 방지법'도 다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철우 새누리당 정보위 간사는 "오는 27일 정보위 법안 심사 소위에서 '테러 방지법'을 논의하자고 야당에 제안해 놓은 상태"라고 했다. 정부·여당이 발의한 테러 방지법은 대(對)테러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는 '대테러 기본법'과, 인터넷상에서 테러 활동을 감시하는 '사이버 테러 방지법', 금융 정보를 기반으로 테러 활동을 추적하는 'FIU(금융정보분석원)법' 등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된다. '대테러 기본법'과 '사이버 테러 방지법'은 국정원을 대테러 컨트롤타워로 명문화하자는 것이며, FIU법은 현재 검찰·경찰·국민안전처 등 7개 기관에 제공되는 금융 거래 정보를 국정원에도 제공해 테러 방지에 활용토록 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세 가지 법안 모두 야당이 "국정원의 사찰 우려가 크다"며 반대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이날도 기자 간담회에서 "인권 침해의 우려가 있고, 국정원을 통해 권력이 남용될 우려가 있다"며 "사이버 국가보안법이 될 우려가 있고 (국정원이) 초법적 감시 기구가 된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여당에서는 "테러 방지를 위해 어떤 형태로든 꼭 필요한 법안"이라고 하고 있다. 9·11 테러 후 미국·영국 등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대부분이 관련 법을 대폭 정비해 대비 태세를 강화했는데 사실상 우리나라만 '테러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앞서 김대중 정부 때인 2001년 9·11 테러를 계기로 국정원이 주도해 테러 방지법을 발의했으나 수사권 분산에 검경이 반발하고 시민단체 등이 인권 침해 가능성을 제기해 무산됐다. 17·18대 국회 때 다시 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나 이때는 현재 야당의 반대로 폐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