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서정환 기자] ‘라이언 킹’과 ‘짐승’이 드디어 같은 유니폼을 입고 골밑을 지킨다.

중앙대 시절 불법스포츠도박을 한 혐의로 물의를 일으킨 오세근(28, KGC)이 돌아온다. KBL은 지난 달 23일 재정위원회를 개최해 불법스포츠도박을 한 선수들을 징계했다. 오세근에게 20경기 출전금지와 연봉의 5%인 950만 원의 벌금,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개막 후 20경기에 결장했던 오세근은 14일 서울 삼성전에서 복귀전을 치를 예정이다.

복귀에 앞서 오세근은 지난 10일 KCC전 하프타임에 안양 팬들 앞에 섰다. 그는 “오세근은 “한 순간의 실수로 인해 큰 실망감을 안겨드려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이 자리에 서기까지 반성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의 마음가짐 잊지 않으며 반성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코트에 복귀해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것이 저희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팬 여러분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반성했다.

오세근의 사과가 진정성이 있는지, 오세근을 용서할 수 있는지 판단은 농구팬들의 몫이다. 오세근은 속죄하는 마음으로 코트에서 열심히 뛸 수밖에 별다른 길이 없다.

오세근의 복귀는 3라운드에 접어든 프로농구 판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 파죽의 홈 11연승을 달린 KGC인삼공사는 오리온(17승 3패)과 모비스(13승 6패)에 이어 3위로 치고 올라왔다. 오세근이 뛰면 KGC는 전 포지션에서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보유한다. 전체 1순위 신인 문성곤이 벤치를 지킬 정도로 호화멤버다. 이승현과 함지훈을 보유한 상위권 팀들도 더 이상 이점은 없다. 이들도 오세근의 복귀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

김승기 KGC 감독대행은 “(오)세근이가 오면 어느 하나 밀리는 포지션이 없다. 맨투맨에서 수비가 되기 때문에 체력소모가 큰 로테이션 수비를 갈 필요가 없다”며 반겼다. KGC 선수들을 1대1로 능가하는 팀은 없다는 뜻이다.

주장 양희종은 “골밑에서 밀리는 경기를 하면 전부다 졌다. 로드가 매일 몸이 좋을 수 없다. 바깥으로 밀려나가면 약한 모습을 보였다. 세근이가 오면 분명 그 부분이 강점이다. 1,2위 팀이 그런 강점(국내선수 이승현, 함지훈)이 있는데 강팀을 잡으려면 포스트가 있어야 한다. 세근이가 오면 능가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오세근과 찰스 로드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오세근은 2011-2012시즌 크리스 다니엘스와 호흡을 맞춰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오세근의 파트너는 키브웨 트림, 리온 윌리엄스, 숀 에반스 등으로 기량이 떨어졌다.

비시즌 트라이아웃을 앞두고 오세근은 “찰스 로드를 뽑자! 우리도 이제 더블팀을 유발할 수 있는 외국선수 덕 좀 보자. 탄력 좋은 선수 좀 뽑자”고 외쳤다고 한다. 김승기 감독대행은 “찰스 로드는 오래 지도했던 선수다.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오)세근이 등 선수들도 원했다”고 뒷받쳤다.

재밌는 것은 로드도 오세근과 똑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 로드는 KT와 전자랜드 시절에도 “KGC 41번은 몸이 너무 단단해서 부딪치면 내가 아프다. 힘도 세서 상대하기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KGC가 로드를 지명하자 그는 “오세근과 한 팀이 된다면 다 이길 수 있다”며 기뻐했다고 한다. 오세근이 징계로 빠진 후 로드는 그의 복귀만 기다렸다.

로드는 평균 28분 19초를 뛰며 19.5점, 8.9리바운드, 1.7블록슛을 기록 중이다. 오세근이 돌아오면 로드의 부담을 크게 덜어줄 수 있다. KGC는 약점이 없는 그야말로 ‘완전체’가 된다. 오세근을 믿고 로드가 외곽슛을 난사하는 등 날뛰지 않을까. 김승기 감독대행은 “연습에서 로드와 이야기를 많이 한다. 충분히 알아듣도록 지시했다. 외곽슛은 노마크에서만 던지라고 했다”며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김유택과 클리프 리드, 서장훈과 재키 존스, 김주성과 레지 오코사 등 프로농구를 풍미한 국내선수+외국인 선수 빅맨조합은 늘 성공을 보장했다. 오세근과 로드의 등장에 다른 팀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