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국가 대항전인 '프리미어12'에 출전 중인 한국 야구 대표팀의 4번 타자 이대호(33·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는 재팬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지난달 29일 상대이던 야쿠르트 스왈로스 투수 토니 바넷의 150㎞에 가까운 직구에 오른손 바닥을 맞았다. 몸쪽 공이 손목으로 들어와 그냥 맞았으면 뼈가 부러질 것 같아 본능적으로 손바닥을 갖다 댔다. 다른 동료들이 우승 세리머니를 할 때 그는 라커룸에서 치료를 했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이후로도 계속 통증이 이어졌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대표팀 야수 중 최고참인 이대호는 "아프다고 그냥 쉬고 있으면 그게 더 불편하다"며 "참고 뛰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이대호는 부상 후유증 때문인지 8일 일본과의 삿포로돔 개막전에서는 4타수 1안타에 그쳤다. 일본 에이스 오타니 쇼헤이를 상대로 삼진 2개와 병살타 1개를 당하며 재팬시리즈 MVP의 체면을 구겼다. 대만으로 이동한 그는 타오위안구장에서 열리는 도미니카공화국과의 2차전을 앞두고 "이제는 오른손에 힘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대호의 말은 사실 그대로였다. 도미니카공화국의 좌완 선발 루이스 페레스에 말려 한국은 6회까지 1안타에 그쳤다. 5회엔 선취점을 내주며 0―1로 끌려갔다. 이대호는 앞선 두 타석에서 내야 땅볼에 그쳤지만 7회 세 번째 타석에서 맞이한 1사 2루 득점 기회는 놓치지 않았다. 도미니카공화국의 세 번째 투수인 미겔 페르민의 2구째 낮은 직구를 걷어 올렸고, 타구가 왼쪽 담장 너머에 꽂혔다.
2―1 역전. 일본전부터 이어지던 15이닝 무득점 행진을 이대호가 홈런으로 마감하자 침묵하던 타선이 폭발했다. 한국은 8회에 5안타를 집중하면서 5점을 추가해 사실상 승부를 끝냈다. 이대호는 8회에도 좌전 안타로 1타점을 보탠 다음 대주자 오재원과 교체됐다. 한국은 9회 3점을 더 보태며 10대1로 대승했다.
이대호는 4타수 2안타(1홈런) 3타점을 때렸고, 1번 정근우와 3번 김현수가 각각 5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후반 대량 득점을 이끌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장원준(두산)의 호투가 빛났다. 한국은 12일 오후 1시 같은 장소에서 베네수엘라와 3차전을 치른다.
다른 B조 예선 경기에선 일본은 고전 끝에 멕시코에 6대5로 1점차 승리를 거둬 2승으로 조 1위가 됐다. 한국·베네수엘라·멕시코·미국이 1승1패로 공동 2위, 도미니카공화국이 2패로 최하위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