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고가(高架) 공원화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 왔던 서울시와 경찰이 다시 충돌했다. 경찰은 지난 7월과 8월 교통안전시설심의위에서 '고가가 차도가 아닌 보행로로 바뀐 이후 교통 혼잡, 통행 환경 변화에 따른 사고 위험, 교통 불편에 따른 주변 상인 불만 등에 관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보류 결정을 내렸고 이달에는 안건으로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자 서울시가 '오는 29일 시민 안전을 위해 고가를 폐쇄하겠다'는 공문을 최근 경찰에 보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작년 9월 미국 뉴욕 '하이라인 파크'를 벤치마킹해 서울역 고가를 보행 공원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서울시와 경찰의 힘겨루기는 초점을 벗어나 있다. 이 사업의 목적은 '시민 안전을 위해 위험한 고가 상판을 철거하느냐 마느냐'는 것이어야 하는데 정작 서울 시민은 이를 잘 알지 못한다. 고가의 철거 여부는 교통 혼잡, 주변 상권(商圈)과도 연계돼 있지만, 무엇보다 고가 밑을 통과하는 수많은 차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다. 사실 서울역 고가는 위험천만한 시설이 된 지 오래다. 지금도 고가 상판 밑에서는 조약돌에서 기왓장만 한 콘크리트 조각까지 밑으로 떨어진다. 실제로 지난 26일 서울 서부역사 택배 보관소 위로 콘크리트 조각이 떨어졌다. 차가 다니는 도로나 보행로를 걷는 사람 위에 떨어진다는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감사원은 이미 2년 전인 2013년 12월 서울역 고가에 대해 '근본적 보수·보강을 하거나 교량 신설 또는 철거 계획을 앞당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역 고가는 1970년에 준공돼 45년 됐고, 1996년 2월엔 사용할 수 있는 구조물로선 최악인 안전 등급 D등급을 받았다. 지난 5월 기자와 함께 서울역 고가 안전 실태를 점검한 한국구조물안전연구원 이채규 대표는 "사람으로 치면 뼈가 다 부러졌는데 예쁜 옷 입히고 화장(化粧)한 격"이라고 고가 상태를 설명했다. 서울시 계획처럼 고가 상판만 철거한 뒤 교각만 남겨서 새롭게 보도 공원으로 만들건 아예 고가 전체를 철거하고 새로운 고가를 만들건 안전을 위해 상판을 철거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하면 경찰은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서울시에선 경찰이 인사철을 앞두고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서울시 역시 엉뚱한 논란을 초래한 책임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 박원순 시장은 뉴욕 출장 중 경찰, 중구, 남대문시장 상인 등 고가 사업과 관련된 이들과 충분한 논의도 없이 서울역 고가 공원화 안을 발표부터 해버렸다. 사업 명칭도 문제가 됐다. '7017 프로젝트(1970년 만들어진 고가가 2017년 다시 태어난다)'라면서 사업의 완성 시점(2017년)까지 못 박아 버렸다. 본인이 아무리 손사래를 쳐도 그해에 대선을 치른다는 사실을 모두가 안다. 처음부터 '시민 안전'만을 기준 삼아 고가 상판 철거의 필요성을 알렸다면 지금처럼 논란이 벌어질 일도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