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에 자유 보통선거로 지난 8일 치러진 미얀마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승리가 확실시되고 있다고 BBC 등이 9일 보도했다. 수치 여사는 NLD 자체 집계 결과, 양곤을 비롯한 7개 선거구에서 NLD가 집권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을 누르고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NLD 지지자들이 선거 결과 발표를 앞두고 환호하고 있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USDP의 대표와 USDP 계열의 하원 의장은 트위터를 통해 출마 지역에서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미얀마 선거관리위원회는 애초 9일 오전 10시 30분(현지시각) 1차 공식 집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발표 시간을 오후 6시(한국 시각 오후 8시 30분)로 연기한 상태다.

미얀마 관영 매체인 글로벌 뉴 라이트는 이날 신문의 헤드라인을 “새로운 시대를 여는 새벽”으로 뽑았으며 전날 3000만 명에 이르는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했으며 투표율은 70%에 이른다고 전했다.

선거 부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국제 참관인들은 일부 고립된 지역을 제외하면 투표는 매끄럽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번 미얀마 총선에는 유엔(UN)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국제기구에서 파견한 참관인을 포함해 약 1만여 명의 국제 선거감시인이 동원됐다.

NLD 당선이 확실시되자 관심은 군부가 선거결과에 승복하느냐에 쏠렸다. 지난 1990년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가 압도적인 표 차이로 승리했으나 군부가 투표를 무효로 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부 총사령관인 민 아응 흘라잉 육군 원수는 최근 관영 매체와 인터뷰에서 “선거 결과를 수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NLD가 집권당이 되면 1962년 이후 53년을 이어온 미얀마의 군부 독재가 막을 내리게 된다.
또 NLD가 집권에 성공하지 못한다고 해도 거대 야당으로 의회 진출하게 되는 만큼 정치 근간을 바꿀 계기가 된다.

미얀마에 지출한 외국계 기업들은 선거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고 미얀마 프런티어가 전했다. NLD 내부에 경제 전문가가 많지 않고 정부 행정을 담당했던 인사도 없기 때문이다. 군부가 총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소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5월 보고서를 통해 “일본 기업 가운데 철수한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토지 옥광산 유통망 등 미얀마의 경제 자원을 미얀마군인복지법인(UMEHL) 등 군 협력업체가 독차지하고 있다. UMEHL은 군부의 자금원으로 알려졌다. 신흥 정치 세력과 군부가 이권을 두고 다툼을 벌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 지형이 바뀌더라도 산업계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웅 코코 경제학 박사는 “NLD가 정부를 꾸리더라도 (부패한) 경제거물들을 처단하기보다는 이들 중 일부와 결탁하는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테이자, 유자우자우, 유카이와윈 등 거물들은 지난 2012년부터 NLD에도 수십 억 달러 규모의 정치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총선에 전세계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미얀마가 태평양의 해상 수송로를 장악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인 데다 아세안 최대 자원부국이기 때문이다. 미얀마의 천연가스 매장량은 4531억㎥로 전세계 매장량의 1.07%를 차지한다. 이 밖에 구리 아연 주석 등 산업용 금속도 풍부하다.

미얀마 총선이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을 띄고 있단 시각도 존재한다. BBC 중문판은 “중국이 미얀마 소수민족 야당 후보 공개 지지에 나섰다”며 “중국이 미국 해군이 장악하고 있는 말라카 해협 대신 미얀마 내륙 수송로를 거쳐 중동산 원유와 천연가스를 수입하기 위한 속셈”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