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2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 타결을 위한 협의 가속화'에 합의한 후 양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후속 조치 검토에 들어갔다. 우리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국가적 책임 인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일본은 1965년 한·일 기본조약으로 모든 법적 책임은 끝났다고 보고 있어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일단 위안부 관련 논의를 '지난 6월 수준'으로 복원하는 게 당면 과제다. 당시 양측은 위안부 문제 해결책을 놓고 타결 직전까지 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에 있어 상당한 진전이 있었으며 현재 (일본과) 협상의 마지막 단계"라고 한 것도 그 즈음이다. 하지만 지난 7월 일본 근대 산업 시설들의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 조선인 강제 노동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 갈등이 불거지며 위안부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지난 6월 수준'이 무엇인지에 대해 현재 정부는 함구하고 있지만, 외교가에선 이명박(MB) 정부 시절 일본 노다 정부가 제안한 '사사에안(案)'과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금 지급 등 한두 가지 보완책을 결합한 절충안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사에안이란 2012년 3월 방한한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당시 외무성 사무차관이 가져온 위안부 해결책으로 ▲일본 총리의 직접 사죄 ▲사죄한 내용의 편지를 주한 일본 대사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전달 ▲일본 정부 예산을 통한 피해자 배·보상 등을 골자로 한다. 당시 MB 정부는 여기에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숙원인 '일본의 국가적 책임 인정'도 요구했지만 노다 정부는 난색을 보였다. 정부는 기존의 한·일 국장급 채널을 최대한 빨리 재가동한다는 방침이다. 한·일은 작년 4월부터 지난 9월까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국장급 협의를 총 9차례 가졌다.

반면 현재의 일본은 '식민지 시대에 발생한 모든 문제는 1965년 한·일 기본조약으로 물질적 보상과 법적 책임이 모두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3일 BS후지 방송에 출연해 그 점을 강조하고, "(다만) 여성의 명예와 존엄이 손상됐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청구권 문제는 끝났지만 전쟁 중의 여성 인권 유린에 대해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아베 총리는 또 "일본인들은 (한국이) 골대를 움직인다고 느낀다"면서 "서로 합의하면 이제 이 문제는 다시는 제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일본이 제시하는 해법은 '아시아여성기금' 후속 사업을 확대하면서 일본 총리와 주한 일본 대사의 사죄를 덧붙이고 '다시 거론하지 않는다고 약속하라'고 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가장 크다. 일본은 1995~2007년 일본 민간인이 모은 성금 6억엔에 일본 정부 예산 5억1000만엔을 보태 각국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전하고, 일본 총리 명의로 사과 편지를 썼다. 다른 나라 할머니들은 대부분 받아들였지만 우리 할머니들은 대다수가 "법적 책임을 똑바로 인정하라"며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