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 법안1소위는 지난 2일 여러 법안을 심의하면서도 대법원 역점 사업인 상고법원 설치안(案)은 특별한 이유 없이 논의에서 뺐다. 정기국회 개회 이후 지난달 20일 처음 열린 소위에 이어 아예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상고법원안은 정기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상고법원안은 상고심 사건 중 단순 사건은 상고법원이, 사회적 파장이 크거나 판례를 바꿔야 하는 사건은 대법원이 맡는 내용이다. 교통 위반부터 50만원짜리 벌금형 사건까지 상고사건만 연간 3만7652건(2014년)에 달하는 게 지금 대법원의 현실이다. 그러면서 사건 처리가 늦어지고 하급심이 따라야 할 법 해석 기준을 제시하는 대법원 본래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개선해보자는 대법원 의견을 받아들여 여야 의원 168명이 상고법원안을 발의한 게 작년 12월이다. 그래 놓고 1년 가까이 제대로 논의 한번 하지 않고 뭉개고 있는 것이다. 명백한 직무유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상고심 개편은 해묵은 과제다. 1981년 도입한 상고허가제는 재판받을 권리를 제한한다는 주장에 밀려 10년 만에 폐지됐다. 1994년부터 민사사건 가운데 심리를 하지 않고 기각하는 심리 불속행 제도를 도입했으나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2005년 고등법원에 상고부를 설치하려던 법안은 법사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그만큼 정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다. 상고법원안을 놓고도 의원들 간에 의견이 갈린다.
그러나 분명한 건 대법원 재판을 이대로 둘 수는 없다는 점이다. 올해는 대법관 1명이 연간 3500건을 처리해야 할 만큼 상고심 사건이 늘고 있다. 재판이 한없이 늦어지고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국회가 이번에도 결정을 미루면 앞으로 몇 년간은 현행 제도로 가야 한다.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지금 대법원에 재판이 걸려 있는 당사자들에겐 절박한 문제다. 어떤 형태로든 국회는 이번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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