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경찰서는 문화재 보수 면허를 가진 사람을 내세워 탱화 보수 사업을 불법으로 낙찰받아 보수하다가 훼손한 혐의로 전직 문화재청 전문위원 박모(여·55)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2013년 10월 경북 영천 은해사가 소장한 '삼장탱화'(경북유형문화재 342호·사진) 보수 작업을 문화재 보존업체 대표 김모(42)씨를 내세워 낙찰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문화재 보수는 문화재청이 허가한 보존과학업 면허가 있는 사람만 할 수 있지만, 박씨는 면허가 없었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영천시가 7000만원을 지원하는 삼장탱화 보수 사업 건을 낙찰받은 박씨는 이 중 1500만원을 김씨에게 면허 대여료 명목으로 지급하고 5500만원은 자기가 가졌다. 대학에서 불교 미술을 전공한 것으로 알려진 박씨는 지난 4월까지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을 지냈고 2013년 숭례문 복구공사 때 종합점검단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박씨는 탱화 보수 작업을 직접 하면서 삼장탱화의 바랜 색을 덧칠할 때 원작에 쓰인 돌가루로 된 물감 대신 일반 물감을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낡거나 훼손된 그림에 한지를 4~5겹 대고 덧칠을 하는 배접(褙接) 작업은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A(76)씨에게 맡기기도 했다. 박씨가 맡은 보수 과정에서 탱화의 색이 바래고 일부 색이 벗겨지는 사고가 나면서, 은해사 삼장탱화는 지난해 10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의 '보물' 승격 심사에서 탈락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에 대해 박씨와 그의 남편(58)은 본지 통화에서 "탱화 보수 작업은 배접 기술자 A씨가 모두 했고 우리는 자문만 했다"며 "최초 탱화 보수 사업을 낙찰받은 김씨에게 5500만원을 받은 것은 맞지만, 모두 보수 재료비로 썼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존과학업 면허를 가진 사람이 면허가 없는 사람에게 보수 작업을 하도급 주는 것도 불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