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는 사제답게 성무(聖務)에 충실하겠습니다. 1. 우리는 사제답게 복음 선포에 최선을 다하고 복음 말씀을 살겠습니다. 1. 우리는 사제답게 성무일도를 성실히 바치며 기도의 모범이 되겠습니다. 1. 우리는 사제답게 하느님의 백성을 섬기고 봉사하는 사제가 되겠습니다. 1. 우리는 사제답게 사제단의 일치와 형제애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는 11월 3일 천주교 대구대교구(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사제들이 '답게 살겠습니다' 운동을 선포한다. 1년에 한 번 교구 내 모든 사제가 모이는 사제총회 미사에서다. 대구대교구 사제단발(發) '답게' 선언이 우리 사회에 다시 한 번 '기본에 충실하자'는 각성을 불러일으킬지 주목된다.
'답게 살겠습니다' 운동은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평협·회장 권길중)가 지난해부터 벌이는 운동. 작년 세월호 사건을 겪은 후 "이대로 살 수는 없다"는 반성에서 비롯됐다. 천주교 신자들부터 각자 자신의 기본과 본분에 충실하게 살자는 취지다. 천주교 전국 교구와 단체로 확산되고 있으며 지난 2월엔 7대 종교 신자 대표들이 참여했다. 9월엔 국회에서 의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답게 살겠습니다' 선포식을 갖기도 했다.
이 운동에 전국 천주교 교구 가운데 사제들로서는 처음으로 대구대교구가 동참하게 된 것. 평신도 단체가 벌이는 캠페인에 사제들이 동참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그 밑바탕엔 한국 천주교 쇄신을 위해선 사제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자성(自省)이 깔려 있다.
작년 가톨릭신문이 교황 방한을 앞두고 천주교계 여론 주도층 등 734명을 대상으로 '천주교 쇄신'을 주제로 물은 설문조사한 결과 쇄신의 1순위 대상으로 '성직자들의 권위주의와 성직중심주의'가 꼽힌 바 있다. 이 같은 결과를 놓고 사제들 사이에서 자성(自省)의 목소리가 나왔다. 마침 대구대교구 평협은 지난 9월 19일 한티성지에서 '답게 살겠습니다' 선포식을 가지고 가정, 교회, 직장, 사회에서 '신앙인답게 살겠습니다'라고 다짐했고 이튿날 교구 내 모든 본당에서 선포식을 가졌다.
이런 움직임을 보면서 대구대교구 소속 사제 480여명은 "신자들이 쇄신운동을 펴는데 가만있을 수 없다"고 의견을 모으기 시작했다. 어쩌면 당연하게 보이는 다섯 가지 문장은 3개월 이상 사제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다. 이들은 지난 8월 교구 내 다섯 개 대리구 대표들이 모인 사제평의회에서 '답게 살겠습니다' 운동 동참을 결의하고 9월 한 달간 선언에 담을 구체적 의견을 모았다. 그 결과 5가지 카테고리로 의견이 정리됐다. 3일 미사에서는 대구대교구 내 5개 대리구 사제 대표들이 한 항목씩 낭독하고 선서한 뒤 서명해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에게 제출할 예정이다. 천주교에서 매년 11월은 '위령 성월'. 돌아가신 분들을 기리는 달이다. 사제 총회 미사와 선포식이 열리는 곳은 대구대교구청 내 성직자 묘지. 세상을 떠난 선배 사제들 앞에서 다짐하는 것이다.
대구대교구 사목국장 박영일 신부는 "사제답게 살겠다는 5가지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라며 "1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기본을 충실히 하는 데 사제들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평협 권길중 회장은 "평신도 차원의 운동을 벌이고 있었는데 대구대교구 사제들이 동참하겠다고 해서 솔직히 좀 놀랍기도 했고 감동적이었다"며 "내년 초에는 청주교구 사제들도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평신도보다 성직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