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4조2000억원을 대우조선해양에 지원한다고 29일 발표했다. 이로써 정부와 산은이 이 회사에 쏟아부은 돈은 7조원을 넘기게 됐다. 부실 규모는 석 달 새 2조원에서 6조원으로 불어났다. 산은은 "근본적인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는 조기 민영화 실현"이라며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주식 매각을 통한 민영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당연한 얘기다.

그렇다면 정부와 산은은 왜 그동안 민영화의 좋은 기회를 흘려보냈는지에 대해서도 답을 해야 한다. 대우조선은 2000년 12월 대우그룹에서 분리되면서 2조9000억원에 달하는 공적 자금이 투입됐다. 이듬해 2월엔 코스피에 상장됐다. "경영이 나아지면 즉시 민영화하려는 준비였다"는 게 이 회사에 몸담았던 사람들 얘기다. 하지만 이후 민영화는 7년이나 미뤄졌다. 2008년에야 매각 작업이 시작됐으나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쳐 무산됐다.

정부와 산은에선 대우조선해양의 몸집이 너무 크고, 안보와 직결되는 기술이 있어 매수자를 찾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보다는 "직원이 1만 명을 넘는 대기업을 손아귀에 쥐고 낙하산을 내려보내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는 금융계 인사들 얘기가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대우조선해양과 같이 정부가 주주인 회사들은 정부·정치권 인사들의 낙하산 놀이터나 마찬가지였다. 좋은 줄을 잡고 이런 회사에 내려가기만 하면 노조와 적당히 타협하면서 높은 연봉 받고 즐길 수 있었다. 지난달 국감에선 대우조선해양의 전임 사장이 9억원이 넘는 연봉과 보너스를 받았고, 역대 감사와 임원 중에 정치권과 산은 인사들이 부지기수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회사 경영이 엉망이 될 수밖에 없었다.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가치는 2000년대 중반 10조원을 넘나들었다. 지금 회사 가치는 1조3000억원이다. 정부가 기업을 놀이터 삼아 즐기며 민영화를 미적거리는 사이 국부가 그만큼 날아갔다. 정부나 국책은행의 부실기업 민영화 원칙은 신속한 자금 회수와 이익 극대화 두 가지다. 법조문에 명시된 내용이다. 정부와 산은은 이 두 가지를 다 어겼다. 이 책임은 누가 질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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