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순 '연평해전' 영화감독

오래전에 쿠바의 아바나 시장이 당선 직후 "아바나 시를 숲의 도시로 만들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친환경적 도시 개발을 위한 원대한 계획이었다. 도시 속에 숲이 많아지면 그만큼 범죄율도 떨어진다고 한다. 숲에 인간의 병든 마음을 치료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간혹 삶이 피곤해질 때 길가 아무 데나 서 있는 나무를 한참 바라보면 뭔가 힐링이 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저 나무를 바라만 볼 뿐, 아무 말이나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닌데도 그렇다. 그 응시에는 어떤 강요나 주장이 없다. 그저 무심히 바라볼 뿐인데 그게 약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숲의 아름다움은 획일적으로 가공한 숲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 조화로운 모습을 간직한 숲에 있다. 튀어나왔다고, 혹은 어느 건물을 가린다고 무조건 가지를 잘라낼 일이 아니다. 나무가 자라는 그대로의 모습을 잘 살려가며 가지를 쳐주는 것, 그 속에 꾸밈이 없는 자연 그대로의 멋이 있다.

미군부대 근처에 가보면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무의 모습들이 달라도 한참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담장 속 나무들은 기둥도 두껍고 잎이 무성하여 마치 오래된 나무같이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담장 밖 나무들은 건물이나 전신주 보호를 위해 더 이상 높이 올라가지 못하도록 가지를 삭둑삭둑 잘라 상대적으로 높게 자라지도 않았고 잎도 듬성듬성한 게 왠지 가난해 보였다.

서울 강남의 법원 근처에 있는 대로 한복판에 향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과거 같았으면 아마 교통 편의를 위해 그 소나무는 이미 제물이 되었을 터인데 다행히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것을 보고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무들이 무성한 숲에 둘러싸여 있는 도시. 언젠가 그런 도심에서 살아가는 꿈을 꾸어본다.

사람들의 마음이 좀 더 여유로워지고 이웃 범죄나 자살도 줄어들 것이다. 도시에서 자연과 벗하며 살아가는 재미도 맛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