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전 STX 회장이 항소심 공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법무법인 율촌의 최동렬(52·사법연수원 20기) 변호사 작품이다.

반면 ‘MB(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 의혹 사건’ 담당 특별검사를 지낸 이광범(56·사법연수원 13기)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박재천(59) 코스틸 회장의 135억원 횡령 사건에서 검찰 구형 보다 두 배나 강한 형을 선고받아 체면을 구겼다. 변호를 한 게 아니라 혹을 하나 더 붙였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강덕수 전 STX 회장 사건을 맡은 율촌은 1심에서 2조4000억원대에 달하는 분식회계 금액을 4분의 1로 줄이는데 성공했고, 항소심에서는 분식회계 혐의를 아예 지웠다. 강 전 회장은 지난해 4월 구속된 지 1년 6개월 만에 석방됐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상준)는 지난 14일 분식회계·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강 전 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1심부터 강 전 회장을 변호한 율촌팀은 최동렬(52·사법연수원 20기) 변호사를 필두로 5명의 변호사가 나섰다.

최 변호사는 2000년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판사를 시작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 부장 재판연구관, 양형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뒤 2013년 율촌에 합류했다.

최동렬 율촌 변호사

율촌은 1심에서 분식회계 혐의액을 5841억원으로 확 줄이는데 성공했다. 1심 재판부는 횡령·배임 액수도 679억5000만원만 유죄로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금융기관과 계열사에 큰 피해를 입혀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최동렬 변호사는 “검찰 공소 사실에 중복 계산된 것이 많았다. 중복된 부분을 하나 하나 규명해 분식회계 금액을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만족할 수 없었다. 분식회계 혐의를 다 지우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분식회계 혐의가 없어지면 회계 분식을 통한 대출 사기 혐의도 무죄가 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최 변호사팀의 전략은 재무 담당 임원의 불리한 진술을 깨는 것이었다. 1심에서 “강 전 회장이 STX조선해양의 환 헤지 손실을 보고를 받았다”는 STX조선해양 임원의 진술을 뒤집기 위해 강 전 회장이 실제 보고 받은 재무 리포트를 분석해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재무 리포트에는 입금예정, 헤지총액, 지출예정, 예상잔액 등 STX조선해양의 전체적인 환 헤지 현황만 있을 뿐 구체적인 손실액을 알 수 있는 지표는 없었다. 손실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분식회계를 지시했다는 검찰 주장은 앞 뒤가 안 맞는다”고 강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변호인단의 주장을 받아 들였다. 재판부는 “당시 경고 조치를 받은 재무 담당 임원이 회계 운영, 외환 관리 실패를 보고할 경우 받을 불이익이 두려워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광범(56·사법연수원 13기)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박재천(59) 코스틸 회장 재판에서 망신을 당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이동근)는 지난 23일 포스코와 거래 과정에서 회삿돈 135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박 회장에 대해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 보다 두 배나 센 형이었다.

재경 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재판부가 검찰 구형 보다 강한 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고 밝혀 이례적으로 강한 선고였음을 암시했다.

검찰은 앞서 베트남 공사 현장에서 비자금 40억원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포스코건설 박모 전 상무에 대해 징역 3년 6월을 구형했다. 반면 박 회장에게는 “검찰 수사에 협조했다”며 135억원 횡령 혐의에 대해 2년 6월만 구형했다.

횡령·배임 양형 기준은 금액이 50억원~300억원일 경우 징역 4~7년이 기본이다. 법원이 검찰 구형보다 형을 깎아 주는 관례에 비춰보면 검찰이 사실상 재판부에 집행유예 선고를 요청한 셈이었다.

이광범 변호사

박 회장은 또 공판 과정에서 횡령한 돈을 일부 갚아 집행유예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법원은 "횡령 금액 일부를 갚기는 했지만, 진심에서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회장이 횡령한 돈을 일부 갚고,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횡령한 돈 가운데 23억원은 경·조사비, 접대비, 격려금 등으로 썼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격려금 등은 자금팀에서 따로 받았지 박 회장이 별도로 준비하지 않았다. 사실을 말하지 않고 있다"며 박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박 회장이 모든 혐의를 인정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판부는 박 회장이 ▲증거 인멸을 시도했고 ▲오랜 기간에 걸쳐 치밀하게 범죄를 저질렀고 ▲비자금을 생활비 등 개인 용도로 사용한 점 등을 들어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회삿돈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써 놓고 재판 받을 때 일부 갚거나 검찰 수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원래 지은 죄에 대한 형량보다 형을 낮춰 줄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이 변호사는 진보성향 판사들의 연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1986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시작, 대법원장 비서실장,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냈다.

이변호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54)·최재원 부회장(51) 등과 공모해 465억원의 SK그룹 계열사 출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 받은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53)의 항소심을 맡았다. 이 변호사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서 정치 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의 변호도 맡고 있다. 그는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 의혹 사건’ 특검에 임명돼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 등 경호처 직원 3명을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