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근본적인 의문에 부딪힐 때가 있다. 왜 똑같은 사람의 몸을 그토록 다르게 묘사하고, 다르게 이해하고, 다른 방식으로 치료했을까.

서양의 의학서를 펼치면 해부학적 지식에 기반해서 정교하게 그려진, 근육과 골격을 중심으로 한 인체에 대한 묘사를 볼 수 있다. 많은 예술 작품에서도 역동적인 움직임을 표현하는 근육질의 신체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동일한 시기의 동양의 의학서를 펼쳐보자. 놀랍게도 여기에서 우리는 전혀 다른 신체에 대한 이미지를 접하게 된다. 서양의 해부도에서 나타나는 근육과 골격, 장기 등 신체에 대한 세부적인 묘사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단지 대강의 윤곽이 잡힌, 근육도, 골격도, 장기도, 존재하지 않는 신체의 모습만을 볼 수 있다. 그 대신 신체의 여백에는 경락의 위치와 맥의 흐름이 자세히 그려져 있다. 그리고 이 경락에 침을 놓아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서술한다.

왜 몸과 같은 근본적인 실체조차 이토록 다르게 묘사했을까? 하버드대 교수 구리야마 시게히사의 '몸의 노래'는 동양과 서양의 몸의 이해와 의학에서 나타나는 차이와 그 이유를 밀도 깊게 분석한 저서이다. 그는 무엇보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인간의 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리고 자신에 대한 관점과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를 집중해서 보여준다.

이두갑 서울대 교수·과학기술사

서양은 왜 근육을 중심으로 사람의 몸을 이해했을까? 이는 '자율적 자아'라는 개념과 연관되어 있다. 인간이 자신의 의지를 구현하는 존재라는 전제 말이다. 근육은 자아의 의지를 행동으로 옮기는 신체의 기관이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몸은 자아의 의지를 실현해주는 근육을 통해 가장 잘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근육을 발달시키는 것이야말로 자아의 의지를 실현하고, 언젠가는 소멸될 생명체로서의 인간의 존재를 일시적으로나마 공고하게 해 주는 의학적 삶의 방식이었던 것이다.

이렇듯 동양과 서양의 학자들은 '같은' 신체를 바라보았지만, 그들은 인간의 몸을 통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아의 정체성을 정의했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과 세상과의 관계를 이해했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 때문에 동양과 서양의 의학서는 끝없이 변화해가는 세상 속에서, 언젠가는 질병과 죽음으로 소멸되고 말 우리의 존재를 유지시키기 위한 독특한 치료법들을 개발했다. 몸에 대한 이해는 결국 우리가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이해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