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깐짜나부리시의 여행 가이드 뻥삭 스리분펭(48)은 지난 2013년부터 작년 말까지 페이스북에 왕실에 대한 글을 6차례 올렸다. 국왕을 풍자하는 몽타주를 올렸고, 그를 비판하는 글도 썼다. 작년 12월 버스 정류장에 있던 그는 갑작스럽게 체포됐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왕실 모독죄. 지난 8월 군사법원은 그에게 게시물 한 건당 10년씩 총 징역 60년을 선고했다. 이후 감형을 받았지만 그래도 30년을 감옥에서 보내게 됐다. AFP통신은 "태국 군사 정권이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왕실의 수호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했다.
태국의 인권단체 '아이로(iLaw)'가 지난 17일(현지 시각) 발표한 인권 보고서에 따르면, 군부 쿠데타 이후 왕실을 모독한 혐의로 체포된 사람은 총 54명에 달한다. 평화적 시위를 벌이다 잡힌 사람도 212명이나 됐다. 인터넷에 쁘라윳 짠오차 총리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던 남성은 25년형을 받았다. 지난달 22일에는 왕실에 대한 예민한 기사가 실려있다는 이유로 뉴욕타임스 국제판이 태국에서 발행되지 않았다.
태국은 지난해 5월 22일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가 집권하고 있다.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는 반정부 시위를 중단시키고, 국민 분열을 치유하겠다"는 명분이었다. 군부는 "갈등이 극복되면 늦어도 2015년 10월까지 민간 정부를 수립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쿠데타 이후 1년 반이 지나 당초 민정으로 이양하겠다고 약속한 시점이 된 지금도 정권은 여전히 군부가 쥐고 있다. 정치적 갈등은 해결되지 않고 잠복해있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정치적 반대파에 대한 탄압도 계속되고 있다.
태국의 정치적 불안이 계속되는 가장 큰 원인은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는 '레드 셔츠'와 반탁신 진영인 '옐로 셔츠'파 간의 갈등 때문이다. 지난 2001년 탁신은 친서민 공약을 내걸어 당선됐다. 그에게 저소득층은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탁신이 탈세 등 비리를 저지른 사실도 드러났다. 탁신은 2006년 군사 쿠데타로 쫓겨났지만, 2007년 총선에선 탁신을 지지하는 '국민의 힘'이 다수를 차지해 집권했다. 2008년에는 법원이 선거 부정을 저질렀다며 '국민의 힘'을 해산하는 바람에 반(反)탁신 진영인 민주당이 집권했다. 하지만 저소득층의 지지는 계속 이어져 탁신의 여동생 잉락이 2011년 총리로 선출됐다. 이에 반발한 '옐로 셔츠'의 시위가 잇따르자, 다시 군부가 등장했다.
쿠데타 이후에도 군부는 잉락 전 총리가 비리를 저질렀다며 개인 재산을 압류하겠다고 했고, 탁신의 아들을 돈세탁 혐의로 조사하기도 했다. 쁘라윗 웡수완 부총리는 지난달 22일 "탁신파는 새 헌법이 마련되고, 총선이 실시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잉락 전 총리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검찰을 고소하고, 군부를 비판하는 공개서한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등 탁신 측도 반격하고 있다.
민정(民政) 수립 시기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쁘라윳 총리는 집권 후 헌법을 개정하고 총선을 치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군부가 마련한 개헌안에는 선출된 의원이 아닌 명망가 중에서 총리를 뽑을 수 있게 규정하고, 상원 의원들을 모두 임명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었다. 국가 위기 시 군부가 참여하는 국가전략개혁화해위원회(NSRRC)를 설치해 행정부·의회 권한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어 '사실상 군부 쿠데타를 제도화하는 셈'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탁신 전 총리도 "최악의 헌법 개정안"이라고 했다. 이 개헌안은 지난 6월 부결됐다. 다시 개헌안을 마련 중인 군부는 19일 "20개월 이내에 정치·경제를 개혁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르면 민정으로 이행하는 총선은 일러도 2017년 중반이 돼야 시행된다.
국제사회는 태국의 정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글린 데이비스 주태국 미국 대사는 16일 "태국이 신속하게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간 정부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뿌리 깊은 태국의 정치적 갈등이 단시간에 해결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