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8개월 만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린 금강산 면회소는 이산가족 530여명이 쏟아내는 60여년의 설움으로 울음바다가 됐다. 여기저기서 "아이고" "살았어, 살았어"하는 소리와 오열하는 소리가 들렸다.

두 언니와 함께 상봉장에 나온 김복순(여·79)씨는 6·25전쟁 때 강원도 양양에서 북한군에게 학도병으로 끌려간 오빠 김한식(86)씨를 만났다. 김씨는 "그렇게 예쁘던 우리 오빠가 왜 이렇게 됐어"라며 눈물을 흘렸다. 남측 최고령자인 김남규(96)씨는 북측의 여동생 김남동(83)씨를 만났지만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북측 아버지 손권근(83)씨를 만난 손종훈(66)씨는 "태어나서 아버지 얼굴을 처음 보는데 어떻게 알아보느냐"며 아버지를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김순탁(77)씨는 천식 증세가 악화돼 산소마스크를 낀 채 구급차를 타고 방북, 북에 사는 오빠 김형환(88)씨를 만났다. 북측 가족들은 이날 상봉장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보낸 선물 명세서를 들고 나오기도 했다. 녹색 종이의 명세서에는 '양복 천 1감, 속내의 2벌, 우유사탕 1곽' 등 10여개의 선물 목록이 적혀 있었다. 북측 이산가족 여성들은 남청색·자주색 치마저고리에 반짝이 꽃무늬 한복을 단체로 입었고, 남성들은 회색 양복에 검정 중절모를 썼다.

이날 행사가 진행된 금강산 면회소 옆에는 응급 상황에 대비해 우리 측이 준비한 구급차 5대와 의료진 20명이 대기했다. 우리 측 이산가족 중 80세 이상이 95%인 점을 감안해 총 40개의 휠체어도 준비했다. 앞서 우리 측 이산가족들은 오전 10시 30분쯤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출입사무소에 도착했다. 일부는 각자 소지한 시계의 시간을 '평양 표준시'에 맞춰 30분 늦췄다. 북측 출입사무소 직원들은 우리 측 이산가족과 취재 기자단이 갖고 온 노트북과 태블릿PC를 하나하나 열어보며 검사했다. 이 과정에서 기자단과 북측 세관 직원 사이에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오후에는 기자단이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장면을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전송하기 위해 우리 측 고성 지역으로 나가는 도중에 북한 세관원이 행낭을 검열하겠다고 해 옥신각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