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에 아주 적은 양의 술을 마시는 정도는 태아에 그리 해롭지 않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극소량의 알코올도 태아의 건강에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소아과학회와 텍사스대학 공동 연구팀은 19일(현지 시각) 미국 소아과학회지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싣고, "임신 중에는 와인이나 맥주 등 도수가 낮은 술도 단 한 모금이라도 마시지 마라"고 권고했다.

연구팀은 신생아들에게 선천적 결함을 일으키는 가장 심각한 요인이 '임신 중 음주'라며 임신 중에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태아의 선천적 결함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임신 중 음주는 선천적 결함을 일으키는 단계까지 가지 않더라도 뇌와 심장, 뼈, 척추, 시력, 청력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아이의 평생 건강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수학·언어 등 특정 학습 영역, 시각·공간 인지 능력, 기억력 등에서의 부작용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술의 종류와 양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일부 연구자는 소량의 음주는 태아의 건강에 별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소량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아무런 과학적인 합의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맥주, 와인 등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을 비롯한 어떤 종류의 알코올도 태아의 건강에 해가 되기 때문에 마셔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임신 초기에 음주를 한 경우, 태아에게 알코올 관련 장애가 생길 위험이 비음주 산모보다 12배 높았다. 임신 중기 음주는 61배, 임신 기간 지속적인 음주는 65배 높은 위험률을 보였다.

경희대 의대 소아청소년과 배종우(신생아학) 교수는"태아 건강을 위해서는 임신 중 음주와 흡연을 철저히 금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