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제주도 제주시 화북동의 한 목공소. 두 남자가 나무판자 하나를 앞에 두고 끙끙대고 있다. 배우 임현식(70)과 가수 이한철(43)이다. "제주도에서 게스트하우스 한번 해보려고 간판 만드는 중입니다." 한 시간쯤 판자를 주물럭거리자 그럴듯한 간판 하나가 완성된다. 이제 간판을 달러 갈 차례인데 임현식이 능글맞게 '흐흐흐' 웃으며 말한다. "한철이, 낚시나 하러 가지." 일을 순서대로 할 필요 없다. 모든 게 내 마음대로다. 여기는 제주도다.

◇보다가 제주행 비행기표 끊을라

두 사람은 최근 결혼한 배우 부부 진태현(34), 박시은(35)과 함께 TV조선 '제주도 살아보기'에 출연 중이다. 네 사람이 제주도에서 한 달간 살면서 겪는 좌충우돌 라이프를 담은 프로그램이다. 시청자 염장 지르는 프로그램, 맞다. 지난 14일 첫 방송이 나간 후 "보다가 제주행 비행기표 끊을 뻔" "제주도 성애자(애호가를 뜻하는 신조어) 양산 프로그램"이라는 등 호평을 받았다.

TV조선 ‘제주도 살아보기’는 배우 임현식과 가수 이한철(왼쪽 사진) 콤비와 진태현·박시은 부부(오른쪽 사진)가 제주도에서 한 달 동안 살며 겪는 이야기를 담는다. 이들은 그저 풍광 좋은 곳에서 쉬는 게 아니라, 직접 몸으로 부딪쳐가며 제주도에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배워 나간다.

자칭 '시골 장터의 아이돌' 임현식이 제주도에 온 이유는 다소 엉뚱하다. "나같이 나이 든 사람이 제주도에서 지갑을 여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노년층 소비 진작을 통한 내수 활성화를 부르짖지만, 진심은 "여자도 많다는" 제주도에서 싱그러운 노년 생활을 즐기겠다는 것이다. 그 옆에 이한철이 있다. "괜찮아/잘 될 거야/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라고 노래하던 그는 제주에서 눈부신 미래를 찾고 싶다. "'제주도의 푸른 밤'이 너무 오랫동안 해(?)먹었어요. 이제 제가 새로운 제주도 대표곡을 쓸 겁니다." 여기서 임현식의 일침. "기타 들고 노래만 하는 게 꼭 베짱이 같은데?"

진태현·박시은 부부는 연애 시절부터 '제주바라기'였다. 제주의 한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한 적도 있다. 신혼여행도 봉사활동으로 대신했다. 이 부부는 제주도에서 한 달간 살면서 아예 집을 짓고 정착할 수 있는지 탐색한다. 그러면서 슬며시 흘리는 속셈. "코를 만지면 아들을 낳을 수 있는 돌하르방이 있다면서요?"

◇제주에서 '삶'을 살다

요즘 TV에선 '단순히 놀고먹기'가 유행이다. 사람들은 강원도 산골이나 섬을 찾아가선 삼시 세끼 챙겨 먹는 게 전부인 프로그램에 열광한다. 도시의 팍팍한 삶에 대한 반발과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 때문이다. '제주도 살아보기'는 그런 흐름 안에 있으면서도 조금 다르다. "느리고 조용한 제주도 생활을 통해 다른 삶의 가능성을 엿보겠다"는 것이 '제주도 살아보기' 제작진의 포부다.

임현식과 이한철은 "노년층 지갑을 열게 할 프로젝트"로 게스트하우스를 임차해 한 달간 운영해 볼 계획이다. 콘셉트는 '밥 해주는 집'인데, 주인장이 해준다는 게 아니다. "굶고 있는 늙은이에게 밥 해주는 손님에겐 숙식비 할인해줍니다. 흐흐흐." 밥 해주러 올 첫 번째 손님은 개그우먼 김미화가 될 예정이다. 임현식의 초청에 "몇 년 전 사놓고 한 번도 와보지 않은 제주도 땅이나 보러 오겠다"고 응했다.

진태현·박시은 부부는 제주도에 정착한 방송인 허수경에게 도움을 청한다. 좋은 땅 고르기부터 이웃과 어울리는 법까지 궁금한 것 천지인 신혼부부다. "여행은 환상이지만, 사는 건 현실이잖아요. 우리뿐 아니라 제주도에서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싶어요." 임현식의 게스트하우스에 가고 싶거나 제주 정착에 필요한 정보가 절실한 사람, 그저 제주도의 풍광을 보며 쉬고 싶은 사람 모두 매주 수요일 밤 9시 50분이 되길 기다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