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여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남편이 가출한 아내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내면 받아들여질까.

건설업을 하는 50대 정모씨 부부는 결혼 후 30년 가까이 살면서 다툼이 잦았다. 남편은 술 취하면 주사를 부리고 욕설을 하기도 했다.

부부 관계가 더 악화된 것은 남편이 이웃에서 미용실을 하는 여자에게 눈길을 주면서였다. 아내가 참다못해 남편을 몰아세웠다. '앞으로 또 만난다면 재산을 다 넘기겠다'는 각서를 받아냈다. 아내가 이웃집 여자에게까지 찾아간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은 흥분해 밥상에 술병과 흉기를 올려놓고 난동을 피웠다. 놀란 아내는 남편을 피해 딸과 함께 집을 나왔다.

그렇게 9개월이 흘렀다. 남편은 알코올성 간경화증에 걸려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 딸이 간 일부를 떼줬고, 아내도 집으로 돌아와 남편을 간병했다. 그러나 남편이 병을 앓는 중에도 이웃집 여자와의 관계를 끊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다시 집을 나갈 수밖에 없었다. 남편은 이에 '근거 없이 의심하고 병든 남편을 외면한다'며 법원에 이혼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은 "아내가 집을 나간 것은 잘못이지만 남편이 다른 여자와 부적절한 만남을 지속하면서 아내 탓을 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며 "이혼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19일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