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엄마 저기 풀이 돋아났어요!" 아이의 고사리손이 가리키는 곳엔 거뭇한 흙을 뚫고 갓 돋아난 이름 모를 풀이 보였다.

애니시 커푸어, 아이웨이웨이, 올라푸르 엘리아손 등 세계적 작가들의 예술 무대가 되면서 '현대 미술의 발전소'가 된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 '터빈(Turbine) 홀'이 지난 12일 거대한 '흙의 성전(聖殿)'으로 바뀌었다. 화력발전기가 있던 5층 높이의 거대한 공간에 런던 전역에서 가져온 흙 23t을 채워 만든 삼각형 화분 240여개가 배치됐다. 마치 웅장한 고딕 양식의 성당에 제단을 올린 듯 거대하고, 고요하고, 경건하다. 관객들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흙 속 미지의 생명과 조우를 기대한다.

런던에서 단일 전시 공간으로 가장 크고, 가장 대중적으로 화제를 모으는 이 공간을 흙으로 채운 설치 작품의 이름은 'Empty Lot(빈터·사진)'. 현대자동차의 후원으로 앞으로 10년간 이곳에서 열리는 '현대 커미션(Hyundai Commission)' 프로젝트의 첫 작가로 선정된 멕시코 작가 아브라암 크루스비예가스(47)의 작품이다. 작가는 "무엇이 싹틀지 모르는 화분처럼 미래에 대한 불안과 희망이 혼재된 우리의 현재를 표현한 작품"이라고 했다. 내년 4월 3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