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소설가

우주에서 가장 재미있는 SF 작가, 리처드 도킨스(진화생물학자)가 난생처음 팬레터를 썼다는 작가,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하려 애쓴 환경운동가. 더글러스 애덤스를 이르는 말은 많지만 뭐니 뭐니 해도 그를 대표하는 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일 것이다. 개연성과 과학 대신 판타지와 철학을 장착한 5부작 코믹SF소설로, 2005년엔 영화로 개봉됐다. 비록 우리나라에선 단관 개봉을 했지만, 열혈 팬들은 마냥 행복해하며 수건(은하수 여행객의 필수품)을 들고 극장으로 모여들었다. 지방 거주민인 나로선 누릴 수 없는 호사였다. 이에 한이 맺힌 나머지, 세상이 싫을 때마다 예쁜 수건을 골라 목에 걸고 엄지를 치켜든 채 베란다 난간에 서 있곤 한다. 지나가던 우주선이 혹시 나를 태워주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안타깝게도, 그는 2001년,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다 죽음을 맞았다. 우리에겐 그의 신작을 만날 기회가 더는 없는 셈이다. 리처드 도킨스는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애도하며 아래와 같은 글을 남겼다.

"과학은 친구를 잃었고, 문학은 전문가를 잃었으며, 마운틴고릴라와 코뿔소는 용기 있는 후원자를 잃었다."

'마지막 기회라니?'는 그의 저서 중 유일한 에세이다. 동물학자 마크 카워다인과 함께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을 찾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닌 기행문이기도 하다. 그들은 코모도 섬에도 가고, 양쯔강에도 가고, 콩고 밀림에도 가고, 모리셔스 섬에도 간다. 아이아이여우원숭이, 실버 백 마운틴고릴라, 코모도 도마뱀, 돌고래, 카카포 새, 흰코뿔소를 찾아서. 이 기록은 먼저 라디오로 방송됐고, 후에 책으로 발간돼 여행기의 고전 반열에 올랐다.

멸종 위기 동물을 찾아가는 여행이니만큼 그 동물이나 생태의 중요성을 장황하게 주장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갖지 않아도 좋다. 책은 지난한 여행 경로, 포복절도할 사건들, 동물들을 만나기까지의 고군분투를 주요 내용으로 삼는다. 쓸쓸하고 진지한 순간도 그의 문장을 통하면 재미나게 쓸쓸하고, 진지하게 웃기는 이야기가 된다. 히죽대는 사이 책장은 날름날름 넘어가고, 덮고 나면 새삼스러운 궁금증이 생겨난다. 우리가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진짜 이유'는 뭘까. 그는 책을 통해 이런 대답을 들려준다.

"그들이 없으면 이 세상은 더 가난하고, 더 암울하고, 더 쓸쓸한 곳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