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문지인(33)씨는 주말 아침이면 옷장 앞에 서서 한숨을 쉰다. "결혼식에 입고 갈 만한 옷이 눈에 안 차서"다. "정장을 한 벌 사자니 주머니 사정이 빠듯하고, 출근복을 또 입자니 신경 안 쓴 것 같아 민망해요." 하루가 멀다 하고 날아드는 청첩장에 '뭘 입고 가지'를 되뇌며 옷장을 뒤적였다면, 이젠 상의 대신 하의에 힘을 줘 보자. 늘 입던 상의라도 하의를 길게, 품은 넉넉히, 색상은 모노 톤으로 골라 입으면 한결 쉽게 하객 패션을 완성할 수 있다.

'미디 스커트'로 우아하게

아래로 곧게 뻗은 통바지는 중성적인 매력을 뽐낸다. 하이힐을 신으면 날렵한 느낌을 준다. (오른쪽)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블라우스에 몸에 딱 달라붙는 펜슬 스커트를 입으면 단정하다.

결혼식에서 다리를 훤히 드러내는 미니 스커트는 실례. 무릎을 덮는 길이의 미디(middy) 스커트로 우아한 느낌을 줘야 한다. 다리 선에 꼭 맞게 떨어지는 펜슬 스커트, 장딴지 중간 부분에서 아래로 퍼지는 플레어 스커트도 사랑스럽다. '꽁뜨와 데 꼬또니에'의 홍성욱 과장은 "키가 작아 어정쩡한 길이의 미디 스커트가 부담스럽다면 허리선보다 살짝 높은 '하이웨이스트 스타일'을 고르라"고 조언한다. "허리는 잘록해 보이고, 다리는 훨씬 길어 보이죠." 재질이 보들보들한 블라우스는 어떤 미디 스커트에도 잘 어울린다. 도톰한 니트나 재킷을 어깨에 걸쳐 주면 차려입은 느낌을 준다.

'통바지'로 멋스럽게

남자 옷처럼 씩씩한 분위기의 통바지도 하객 패션으로 활용하기 좋은 아이템이다. 파스텔톤 블라우스나 얇은 니트를 매치하면 세련돼 보인다. 단, 바삭한 질감의 셔츠는 피할 것. 출퇴근용 복장을 그대로 입고 온 듯 보일 수 있다. 폭이 넓은 통바지는 하체 '튼실한' 여성도 당당하게 소화할 수 있다. 상의를 몸에 달라붙게 입으면 날씬해 보인다. 디자이너 편집숍 'W컨셉'의 권정숙 대리는 "무심한 듯 아래로 툭 떨어지는 통바지에 여성미를 더하고 싶다면 액세서리를 활용하라"고 권한다. "심플한 니트에 목걸이를 여러 개 겹쳐서 걸면 한결 우아해 보인다"는 것. 통바지엔 미니 백도 잘 어울린다. 헤지스 액세서리의 윤미나 디자인 실장은 "결혼식장에서 커다란 가방은 거추장스러워 보인다. 지갑이나 스마트폰 정도만 들어갈 수 있는 미니 백, 또는 클러치 백처럼 손에 살짝 쥐는 게 맵시 있다"고 말했다. 키가 작다면 윗옷을 바지 안에 넣어 입는다. 신발은 하이힐이어야 한다. 비주크리에이티브파트너스의 이경연 차장은 "넓은 바짓단 속에 숨겨진 하이힐은 신체를 완벽한 황금 비율로 만들어준다"고 귀띔했다.

남성은 평소 입는 회색·갈색 정장이면 무난하다. 색깔화려하고 디자인 요란한 셔츠는 피하고 흰색이나 하늘색 셔츠를 입는다. 화사한 분위기를 내고 싶다면 넥타이로 포인트를 준다. 가을과 어울리는 포도줏빛이나 물결 무늬가 무난하다. 넥타이를 과감히 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쌀쌀한 계절이니 셔츠에 무늬 없는 니트를 더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