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주 말 KB투자증권 이사와 KDB대우증권 팀장을 주가 조작 혐의로 구속했다. 골드만삭스(8월), 다이와증권(9월) 등 외국계 증권사에 이어 국내 대형 증권사까지 주가 조작에 가담한 혐의가 드러난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KB투자증권 이사는 올 7월 "코스닥 상장사인 인포바인사(社)의 대주주가 가진 주식 35만주를 장외(場外)에서 100억원에 팔아달라"고 제안했고, KDB대우증권 팀장은 주식을 팔아치운 뒤 대가로 1억3000만원을 받아 챙겼다고 한다. 이 회사 대주주는 내부 정보를 이용해 자기 회사 주가가 떨어질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증권사 간부들과 대주주가 한통속이 돼 주식을 팔아치운 결과 이 회사 주식은 하한가까지 떨어져 개미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

과거 주가조작은 일부 작전 세력이 허위 소문을 퍼트리거나 특정 종목을 골라 주식을 사들여 주가를 띄운 뒤 팔아치우는 방식이었다. 주로 증권회사 밖에서 시세를 조작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증권사 직원들이 직접 주가조작에 참여한 범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KB투자증권 이사는 고객 자산을 관리하는 책임자였고, KDB대우증권 팀장은 영업 실적이 좋아 사내 표창까지 받은 모범 직원이었다. 임원·간부들까지 거리낌 없이 불법 거래로 뇌물을 받았다는 것은 증권사 직원들 윤리 의식이 땅바닥에 추락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주식시장이 마감한 후 장외에서 금융회사나 정부 같은 기관투자자가 대량으로 주식을 사고파는 '블록딜' 방식을 이용해 주식을 팔아치웠다. 블록딜은 대량 매매로 장중에 주가가 크게 움직여 소액 투자자들이 손해 보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제도다. 소액 투자자 보호 제도를 악용해 소액 투자자들을 골탕 먹인 것이다.

한심한 것은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등 금융 감독 당국이 검찰 수사가 공개되고 나서야 뒤늦게 경위 파악에 분주하다는 점이다. 블록딜 제도의 허점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금융 당국은 블록딜에 대한 시장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증권사 직원들이 불법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선진국들처럼 불법 금융거래를 하다가 처벌이 확정된 금융인은 다시 금융회사에 취업하지 못하게 막는 법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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