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갑(甲)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이 내년 20대 총선을 6개월 앞둔 13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새누리당 내에서는 이 지역 출마를 꾸준히 준비해온 이혜훈 전 의원과 출마설이 계속 나돈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간 공천 대결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초선(初選)인 자신이 불출마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내가 무엇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열정과 능력이 뛰어난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다른 애국의 방법이라고 믿는다”며 “나라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넘치고 이를 위해 진충갈력(盡忠竭力·충성을 다하고 힘을 다함)하겠다는 훌륭한 인물들이 줄을 서 있다. 우리 당에는 패기 넘치는 젊은이부터 경륜과 식견을 갖춘 노련한 경험자에 이르기까지 (후보자가) 한두 명이 아니다”고 했다.
그동안 서울 서초갑의 주요 새누리당 후보군(群)으로는 김 의원 외에 이혜훈 전 의원과 조윤선 전 수석 등의 이름이 꾸준히 오르내렸다. 이 전 의원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이 지역 출마 준비를 해왔다. 출마설이 나도는 조 전 수석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김 의원의 불출마 소식이 알려지고 나서 여기저기서 출마 권유를 받고 있다.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여권 내에선 “결국 조 전 수석이 서울 서초갑 도전을 결심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두 여성 정치인의 대결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바로 두 사람의 정치 경력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은 비록 ‘원조 친박’ 출신이지만 현재는 김무성 대표,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인물로 분류된다. 반면 조 전 수석은 지난 18대 국회 때만 해도 범친이계였지만, 지난 2012년 ‘박근혜 경선 캠프’ 대변인 발탁 이후 줄곧 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활동해왔다. 또 두 사람은 서울 서초갑과도 인연이 깊다. 이 전 의원은 이미 17·18대 총선 때 이 지역에서 내리 두 번 당선돼 재선(再選) 의원을 지냈다. 자신의 지역구였던 서울 서초갑을 반드시 되찾겠다는 각오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수석도 서초구에 있는 세화여고를 졸업하는 등 이 지역에서 40년 가까이 살아온 ‘서초 토박이’다.
한편 정치권에선 이날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놓고 “‘친박발(發) 현역 의원 물갈이’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이미 새누리당에선 김 의원에 앞서 지난 2월 이한구(4선·대구 수성갑) 의원, 4월 강창희(6선·대전 중구) 의원, 5월 손인춘(비례대표) 의원, 8월 김태호(재선·경남 김해을) 의원 등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공식화한 상태다.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당내 현역 의원 중 다섯 번째다. 공교롭게도 김 의원을 포함해 강창희·이한구·김태호 의원 등 대부분이 친박계 내지 최근 들어 신(新)친박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이다. 당 관계자는 “이 때문에 친박계가 자진 불출마 선언으로 당내 ‘현역 물갈이’ 바람을 일으키려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도 “친박 중진 의원들 가운데 불출마 선언을 준비 중인 이들이 더 있고, 이를 통해 비박 의원들에 대한 물갈이를 압박하려 한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했다. 이날 서울 서초갑을 포함해 그동안 불출마 선언이 나온 지역은 대구, 대전, 경남 등으로 다양했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도 앞으로 불출마 선언이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