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중혁(44)은 4전 5기 끝에 제46회 동인문학상 수상작가가 됐다. 그는 2006년 첫 소설집 '펭귄 뉴스'로 그해 동인문학상 최종심 후보에 오른 뒤 새 책을 낼 때마다 최종심에 올해까지 5차례나 올랐다.

수상작 '가짜 팔로 하는 포옹'(문학동네)은 지난 8월 출간된 뒤 소설집으로는 보기 드물게 한 달 만에 1만1000부를 찍었다. 여덟 편의 단편으로 꾸며진 이 책은 제각기 다른 직업의 다양한 인생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론 남녀의 사랑을 토대로 인간의 진정한 관계 맺기와 소통의 방식을 모색한 소설집이다. 수록작 중 표제작 '가짜 팔로 하는 포옹'은 남녀의 엇도는 대화 속에서 에둘러 말하는 것의 진정성을 모색했고, 또 다른 단편 '종이 위의 욕조'는 명사(名詞)를 망각해가는 남녀의 기묘한 대화 속에서 새로운 소통의 방식을 꿈꿔봤다.

올해 동인문학상 수상 작가 김중혁은 소설에서 컴퓨터 해커를 주인공으로 삼는가 하면, 수동 시계 제조업자도 등장시켰다. 그는“디지털과 아날로그 문화의 진폭(振幅) 사이에서 내 소설이 나오는 듯하다”고 밝혔다.

―동인문학상을 4전 5기 끝에 받은 소감은.

"이번 책을 쓰면서 내 나름대로 변화를 추구했는데, 심사위원 선생님들이 이 책으로 상을 주시면서 칭찬을 해주시니 더 기쁘다."

―이번 소설집에는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포르노 배우, 화가, 큐레이터, 여가수, 인터넷 게임 개발자, 독립 시계 제작자, 보험 사기단이 나온다. 나는 소설을 쓸 때 등장인물의 직업부터 떠올린다. 과거에 쓴 소설집에서도 여러 직업을 등장시켜왔다. DJ, 지도 제작자, 컴퓨터 해커, 마술사, 살인청부업자 등등. 심지어 인터넷의 흔적을 지워준다는 가상 직업 '딜리터'도 만들어봤다. 그러나 내 소설에서 소설가를 주인공으로 삼은 적은 없다."

―그렇게 다양한 직업을 다루는 까닭은 무엇인가.

"내 소설 속의 인물들은 약간 독립적인 직업을 지니고 있다. 내가 꿈꾸는 인간형은 조직의 부품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자기 세계를 꾸미면서 타인과 연대하는 사람이다. 직업을 통해 사람들이 '유사 가족'을 이뤄 세계를 꾸며가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묘사하는 직업에 따라 제 소설 장르도 변했다. 소설에서 직업이 출발점이라면 장르는 포장지와 같다."

―올해의 수상작으로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나.

"사람들이 관계 맺는 법을 다루고자 했다. 이번 소설집에선 연극 무대 같은 상황을 만들어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겉돌면서도 이어지는 과정을 많이 그렸다. 흔히 소설과 드라마에선 대화가 적확해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 생활에선 약간 어긋난 농담이나 딴소리로 이뤄진 대화도 많다. 각자가 전달하고 싶은 말만 전할 게 아니라 에둘러 말하는 게 더 우리들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고 본다. 그런 대화의 어긋남 사이에 숨어 있는 의미를 찾는 게 문학의 할 일이라고 본다."


☞김중혁

일러스트·음악 평론… 多才多能한 작가

김중혁의 자화상.

[46회 동인문학상 수상작에 김중혁 '가짜 팔로 하는 포옹']

소설가 김중혁은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계명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2000년 계간 '문학과 사회'로 등단했다. 고향 친구들 중엔 2003년 동인문학상 수상작가 김연수, 2000년대 이후 한국 시를 대표하는 문태준 시인이 있다. 셋이 자주 어울려 다니기에 문단에선 그들을 '김천 트리오'라 부른다.

김중혁은 2006년 첫 단편집 '펭귄 뉴스' 이후 4권의 소설집을 냈고, 장편 소설은 '좀비들'을 비롯해 3권을 내면서 쉼 없이 글을 써왔다. 김중혁 소설에 대해 문단에선 한결같이 '기발하고 유쾌한 상상력으로 디지털 시대의 다양한 세태를 포착하면서 아날로그 문화의 향수(鄕愁)도 반영해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접점에 존재한다'고 평가한다. 김중혁은 지금껏 김유정 문학상, 이효석 문학상, 오늘의 젊은 작가상,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을 받았다.

김중혁은 다재다능(多才多能)하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영화평론가 이동진과 함께 팟 캐스트 '빨간 책방'도 진행하고 있다. 전업 작가가 되기 전엔 여행잡지 기자, 요리 칼럼니스트, 문화 행사 기획자로 활동했다. 그는 콘돔 공장을 비롯해 여러 제조업 현장을 취재한 책 '메이드 인 공장'을 냈는가 하면, 음악 산문집 '모든 게 노래'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