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 선수들이 18번홀에서 실시한 두 번의 퍼트가 2015 프레지던츠컵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올해 프레지던츠컵의 마지막 싱글매치플레이가 열린 11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

미국팀이 9.5-8.5로 앞선 채 맞이한 싱글매치플레이는 명승부의 연속이었다. 6연패를 노리던 미국팀이 초반 분위기를 잡았지만 17년 만에 우승을 정조준한 인터내셔널팀 선수들이 분전하면서 승부는 미궁 속으로 빠졌다.

예상치 못한 흐름이 거듭된 끝에 두 팀은 7경기가 끝날 때까지 12.5-12.5로 팽팽히 맞섰다. 남은 5경기도 2승1무2패로 진행 중이라 결과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대로 끝난다면 프레지던츠컵 사상 두 번째 무승부 대회가 나올 수도 있었다.

당시 유일한 무승부 조는 아니르반 라히리(28·인도)와 크리스 커크(30·미국)가 맞붙은 8조였다. 이들은 17번홀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이는 라히리였다. 라히리는 세 번째 샷을 홀컵 1m 부근에 붙였다. 반면 커크의 세 번째 샷은 5m 가량 떨어졌다.

커크가 먼저 퍼트에 나섰다. 커크의 퍼터를 떠난 공은 그린을 굴러 홀컵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비교적 먼 거리였지만 커크는 흔들리지 않았다.

쫓기는 쪽은 라히리가 됐다. 반드시 버디를 잡아야만 무승부를 이끌 수 있었다. 거리가 멀지 않아 큰 어려움은 없는 듯 했다.

이때 모두의 예상을 빗나가는 장면이 연출됐다. 라히리의 공은 야속하게도 홀컵을 살짝 돌아 바깥으로 흘렀다.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은 라히리는 충격에 퍼터를 던졌고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던 뉴질랜드 동포 대니 리(25)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0.5점을 예상했던 미국팀은 1점을 온전히 챙길 수 있었고 인터내셔널팀은 빈손으로 돌아서야 했다.

8조의 18번홀이 인터내셔널팀에 던진 무게감은 생각보다 컸다. 부담은 인터내셔널팀 마지막 조에 나선 배상문(29)에게 돌아갔다.

14.5-14.5로 맞선 상황에서 17번홀까지 1홀차로 끌려가던 배상문은 18번홀(파5)을 반드시 잡기 위해 무리한 샷으로 일관했고 시도들이 모두 실패로 돌아가면서 별다른 반격조차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