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프레지던츠컵 경기 사흘째인 10일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골프 팬들이 ‘강남스타일’ 춤을 추며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미국 골퍼들은 한국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느낌이 드는 모양이다. 미국에서 열리는 대회들과 비교하면 너무 조용한데다 분명히 자신들이 원정팀인데도 홈팀인 세계연합팀 못지 않게 응원해주고 박수를 쳐주는 한국 골프팬들이 낯선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골프 대항전인 라이더컵에서 원정 경기를 치를 때마다 유럽팀에 대한 일방적인 응원과 엄청난 야유에 시달리던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그럴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수학교수를 지낸 루이스 캐럴이 쓴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회중시계를 꺼내 보는 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로 들어간 앨리스가 몸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며 갖가지 진기한 경험을 하는 내용이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프레지던츠컵(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세계연합팀의 골프대항전)은 11일 나흘째를 맞았다.

연습라운드 때부터 최고의 스타는 세계 랭킹 1위 조던 스피스(22·미국)였다. 스피스를 따라다니며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으려는 팬이 가장 많았다. 미국에는 세계랭킹 10위 이내 선수가 6명인데다 단장 추천 선수로 나온 필 미켈슨(45)까지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들을 ‘꺾어야 할 상대’로 보는 한국 팬들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날 미국팀이 4승1패를 거둘 때는 미국이 홈팀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10일 프레지던츠컵 경기에서 세계연합팀 배상문 선수가 아이언 샷을 하고 있다.

분위기가 좀 바뀐 것은 이틀째인 9일 포볼(양팀 두명씩의 선수가 자신의 볼을 갖고 경기한 뒤 더 좋은 스코어를 팀 스코어로 반영하는 방식) 경기에서 배상문이 뉴질랜드 교포인 대니 리와 짝을 이뤄 미국의 리키 파울러와 지미 워커와 경기할 때였다. 팬들은 확실히 배상문과 대니 리를 응원했다. 특히 배상문이 마지막 18번홀에서 승부를 끝내는 퍼트를 성공하자 함성이 골프장을 진동했다. 10일 배상문이 일본의 마쓰야마 히데키와 짝을 이뤄 오전 포섬(두명의 선수가 하나의 공을 번갈아 치는 방식)과 오후 포볼 경기에 출전해 멋진 샷을 할 때도 함성의 데시벨은 확실히 ‘글로벌 스탠더드’까지 올라갔었다.

하지만 그래도 홈과 원정팀이 확연히 갈라지는 골프 대항전이란 점을 생각하면, 특히 미국팬과 유럽팬이 갈라져서 치열한 응원전이 벌어지는 라이더컵의 분위기와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너무나 조용하고 홈팀과 원정팀이 잘 구분되지 않는 대회로 비쳐진다고 미국 중계방송사인 골프채널은 보도했다. 한국 팬들은 드라이버 샷을 날리는 순간을 가장 좋아한다는 분석까지 했다.

더스틴 존슨(미국)은 “플레이 중에 다른 홀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어보면 어느 팀이 잘하고 있는 지 구별할 수 없다”고 했다. 잭 존슨은 “우리가 그린에 올라갈 때 한국 팬들은 성조기를 꺼내 흔들었고, 호주 선수들이 오면 호주 깃발을 꺼내 들더라”고 했다. 하루 평균 2만여명이 찾고 있는 이번 대회 갤러리의 대부분은 한국 팬이다. 이번 대회는 세계 어느 곳과 비교해도 훌륭한 시설과 경치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빅이벤트가 첫 경험인 대부분 한국 팬들이 만들어내는 홈팀도 원정팀도 없는 한국식 프레지던츠컵 응원 분위기가 이들에게는 정말 특이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2011년 한국오픈에서 프로 첫승을 올렸던 리키 파울러는 “한국 팬들은 그들이 이 대회를 현장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다”며 “라이더컵과는 다르지만 어떤 점에서 쿨(cool)한 것 같다”고 했다.